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대러시아 수출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처럼 반토막 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지역과의 교역 중단뿐 아니라 원자재 수급난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 등의 피해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현황 및 우리 기업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 등으로 악화될 경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이 크게 줄었던 때와 같은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 당시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규모는 101억 달러였지만 크림반도 합병 후 1년이 지난 2015년에는 전년보다 53.7% 급감하면서 47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10위 교역대상국으로 러시아·우크라니아 사태 악화시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는 화장품(444개사), 기타플라스틱(239개사), 자동차부품(201개사)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또 이번 사태로 향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배제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금결제 지연·중단 피해가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2014년 이후 탈달러화를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달러화 결제 비중이 50%가 넘는다.
수입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수입 중인 일부 희귀 광물류에 대해 거래선 다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의 교역규모는 연간 9억 달러(교역대상국 68위)에 불과하지만, 네온·크립톤·크세논 등 품목의 우크라이나 수입의존도는 각각 23%, 30.7%, 17.8% 등으로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 해당 수입 원자재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수입단가 상승으로 국내 제조 기업들의 수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수입의존도가 70%를 넘는 품목(HS 10단위 기준)은 러시아 43개, 우크라이나 4개로 양국 전체 수입품 2418개 중 1.9%에 불과해 수입단절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무역협회가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동유럽권 수출입 기업 86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은 이번 사태 악화 시 ‘거래위축’(22.7%), ‘루블화 환리스크’(21%), ‘물류난’(20.2%) 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인 수출기업은 절반(53.7%)에 불과하다. 이들은 ‘공급선 다변화’(30.5%), ‘무역보험 강화’(17.1%), ‘결제대금 선물환 채결’(6.1%)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기업 4개사 중 1개사(23.2%)는 특별한 대응 없이 사태를 관망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가장 필요한 정책 지원으로 ‘무역보험 지원’(25.4%), ‘신속한 정보제공’(21.3%), ‘거래선 다변화 지원’(17.2%)을 꼽았다.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러시아가 지난 16일 일부 병력을 철수하며 긴장감은 완화됐으나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의견 차이가 커 즉각적인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사태 인식, 경제제재에 따른 영향, 원자재 수급난 등을 고려해 정부의 긴밀한 모니터링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