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악화시 수출 반토막 날 수도…화장품, 車부품 직격타”

입력 2022-02-18 18:19 수정 2022-02-18 18:28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 충돌 위기감이 커가고 있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 수뇌부와 함께 도네츠크 지역의 동부전선을 시찰하고 있다. 이곳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반군이 대치하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대러시아 수출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처럼 반토막 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지역과의 교역 중단뿐 아니라 원자재 수급난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 등의 피해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현황 및 우리 기업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 등으로 악화될 경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이 크게 줄었던 때와 같은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 당시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규모는 101억 달러였지만 크림반도 합병 후 1년이 지난 2015년에는 전년보다 53.7% 급감하면서 47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10위 교역대상국으로 러시아·우크라니아 사태 악화시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는 화장품(444개사), 기타플라스틱(239개사), 자동차부품(201개사)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또 이번 사태로 향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배제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금결제 지연·중단 피해가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2014년 이후 탈달러화를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달러화 결제 비중이 50%가 넘는다.

수입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수입 중인 일부 희귀 광물류에 대해 거래선 다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의 교역규모는 연간 9억 달러(교역대상국 68위)에 불과하지만, 네온·크립톤·크세논 등 품목의 우크라이나 수입의존도는 각각 23%, 30.7%, 17.8% 등으로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 해당 수입 원자재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수입단가 상승으로 국내 제조 기업들의 수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수입의존도가 70%를 넘는 품목(HS 10단위 기준)은 러시아 43개, 우크라이나 4개로 양국 전체 수입품 2418개 중 1.9%에 불과해 수입단절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무역협회가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동유럽권 수출입 기업 86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은 이번 사태 악화 시 ‘거래위축’(22.7%), ‘루블화 환리스크’(21%), ‘물류난’(20.2%) 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인 수출기업은 절반(53.7%)에 불과하다. 이들은 ‘공급선 다변화’(30.5%), ‘무역보험 강화’(17.1%), ‘결제대금 선물환 채결’(6.1%)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기업 4개사 중 1개사(23.2%)는 특별한 대응 없이 사태를 관망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가장 필요한 정책 지원으로 ‘무역보험 지원’(25.4%), ‘신속한 정보제공’(21.3%), ‘거래선 다변화 지원’(17.2%)을 꼽았다.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러시아가 지난 16일 일부 병력을 철수하며 긴장감은 완화됐으나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의견 차이가 커 즉각적인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사태 인식, 경제제재에 따른 영향, 원자재 수급난 등을 고려해 정부의 긴밀한 모니터링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