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떠나 딴 교회 가세요”… 65세 김 목사의 이유있는 배짱

입력 2022-02-18 17:13 수정 2022-02-22 23:07
김활 목사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기독교 바로알기' 블로그를 소개하고 있다.

50대 후반에 접어든 신대원 졸업생을 흔쾌히 받아주는 곳은 드물었다. 동사·협력 목사로 부임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군목에도 도전했으나 길이 열리지 않았다. 풀이 죽어 있는데, 신학교 동기가 “블로그를 해봐라”고 권유했다. 2015년 봄, 떠밀리듯이 개설한 네이버 블로그가 ‘김활 목사의 기독교 바로알기’다.

7년쯤 지난 지금, 김활(65) 목사는 세상이 보기엔 ‘시무하는 곳이 없는’ 60대 중반의 무임목사일지 몰라도 온라인 세상에선 이미 유명 인사다. 그의 블로그는 구독자 7000여명에 일일 방문자만 평균 2000명을 오르내린다. 종교색을 띤 블로그에선 파워 블로거급이다. 검색란에 기독교와 관련된 질문 등을 넣으면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 가장 맨 위에 올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800개 정도 되는 그의 게시물은 기독교 교리부터 성경 용어, 신앙생활, 이단상담 등 주제가 다양하다. 블로그에서 주고 받은 Q&A를 묶어 ‘목사님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두 권이나 내기도 했다.

2020년 초 겨울, 김 목사는 교회를 설립했다. 교회에 발길을 끊은 ‘가나안 성도’를 위한 교회인데, 건물이나 조직이 없는 무형 교회다. 김 목사의 유일한 목표는 이들이 다시 교회로 발길을 향하게끔 돕는 일이다. 교회 이름도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하늘정거장 교회’라고 지었다. 비슷한 연배의 목회자들은 이제 목회 마무리 여정에 들어서는데, 김 목사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김 목사를 지난 16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블로그를 찾는 이들은 주로 어떤 이들이고, 무엇에 관심이 많나.
“방문자 스펙트럼이 넓다. 기독교인 중에는 평신도들이 많은 것 같다. 천주교 신자와 일반인들도 있다. 관심 분야는 다양하다. 교회 제도와 운영에 대한 불만, 담임 목사 설교에 대한 의문점, 성경 구절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이를테면, 믿음과 행위, 공의와 사랑, 복의 정의에 대해 구약과 신약에 서로 대립되고 모순되는 내용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질문이 많다. 이단에 대한 문의도 꾸준하다.”

-각종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준비하나.
“쉽고 균형감 있게 답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경을 비롯해 각종 책이나 자료를 찾아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한다. 그리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답변하려고 한다. 어떤 이는 ‘출석하는 교회에 문제가 너무 많다’고 하길래 ‘지금 다니는 그 교회는 나올 수 있지만, 교회를 떠나선 안된다’고 권면한다.”

-균형감을 갖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지난 30년 동안 신앙 생활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장로교단이긴 한데 신비·은사주의를 강조하는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했었다. 성인이 된 뒤에는 자유주의적 신앙관이 강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인으로 십 수년간 지냈다. 이른바 보수·진보 기독교를 깊이 경험할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가나안 성도를 위한 ‘하늘정거장 교회’가 흥미롭다.
“현재 성도는 1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유형은 다양하다. 집안 반대나 시댁의 반대 때문인 경우가 있다. 주일에 직장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 분도 계신다. 교회에서 봉사 활동에 끼지 못한 분들도 있다. 자신이 ‘찬밥’처럼 느껴졌다고 하더라. 교회에 상처 받은 분도 있다. ‘코로나 때인데 어떻게 1년 동안 전화 한통 안 할 수가 있느냐’며 교회에 버림 받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라.”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나.
“단톡방을 운영한다. 한달에 한 두 차례 페이스톡이나 전화, 줌(Zoom) 모임을 갖는다. 원칙도 있다. ‘양다리 걸치기 불가’다. 하늘정거장 교회와 출석 교회를 동시에 오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벌써 두 사람을 내보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잠시 머무르는 곳임을 늘 상기시킨다. 이들이 지역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빨리 내보내는 게 내 역할이다.”


직접 마주한 김 목사는 키가 183㎝가 넘는 건장한 체구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는 당뇨에 고혈압, 고지혈증 등 ‘종합병동’이라고 할만큼 몸 곳곳에 질환이 많다고 했다. 눈 상태도 좋지 않아 계속 안약을 넣으며 얘기를 나눴다. 그는 자녀 얘기를 털어 놓으면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무슨 사연이 있나.
“아들 둘이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장남은 신앙생활을 하다가 실족해서 믿음을 잃었다. 차남은 아직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다. 나의 큰 아픔이다.”

기독교를 세상에 알리고, 가나안 성도들이 다시 교회를 찾도록 애쓰는 김 목사의 사역은 여느 가정들처럼 자녀들의 믿음 회복을 위해 끊임 없이 물을 주고 밭을 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65세 무임목사가 사는 법은 특별하면서도 평범해 보였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