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성 질병으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남 창원 두성산업이 문제의 물질을 다루는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산고용노동청 등은 18일 오전 9시부터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노동청 관계자는 “근로자들에게 급성중독을 일으킨 트리클로로메탄이 총체적으로 보호조치가 안 돼 있었고 관리가 상당히 허술했다”고 말했다.
공장에 방독 마스크가 비치되긴 했으나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사업주가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공장에 배기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는 근로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두성산업 측은 “납품업체가 성분을 다르게 기재해 유해 물질인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공정에 써야 하는 세척액에 유해한 물질이 들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트리클로로메탄(trichloromethane)은 불쾌한 냄새가 나는 무색 액체다. 흡입이나 피부 접촉을 통해 일정 기준 이상 신체에 흡수되면 간과 신장 등에 손상을 준다. 동물에 대한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군에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트리클로로메탄에 대한 노출 기준을 별도로 고시하고 취급 시 보호구 착용, 환기 등 안전 수칙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 대상 물질, 보건규칙상 관리대상 유해물질의 유기화합물로도 지정돼 있다.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는 이달 10일 이후 현재까지 16명의 근로자가 트리클로로메탄에 급성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주 건강 이상으로 병원을 찾았던 근로자가 첫 중독 진단을 받았고 이후 동일 작업군 70여명에 대해 검사를 시행한 결과 총 16명이 급성 중독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첫 중독이 확인된 이달 16일 두성산업 내 세척 공정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같은 날 두성산업 대표이사와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노동부는 동파이프 생산 과정에서 세척에 사용했던 트리클로로메탄 중독으로 추정하고 두성산업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근로시간 초과 등 전체적인 작업 환경에서 독성물질 노출이 기준치를 넘었는지와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8일 오전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확한 원인 규명을 통해 원청사에 책임을 묻고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물질 사업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도록 촉구했다.
이들은 “두성산업은 빠르게 세척하기 위해 휘발성이 좋은 물질을 사용했고 그에 따른 수칙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두성산업 협력업체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성산업은 지난 달 중대재해처벌 시행 이후 직업성 질병으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첫 사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시행령이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적용된다.
창원=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