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고를 때마다 진땀…반려동물도 영양가이드 필요해요[개st상식]

입력 2022-02-20 09:03 수정 2022-02-20 09:03
7살 푸들 휴리는 민감성 체질로 인한 안레르기 증상을 앓아 동물병원에서 처방하는 특수 사료만 먹을 수 있다. 보호자 주연씨는 "국내에는 공인된 처방사료가 없어서 정부 공인 기준이 있는 미국, 유럽산 사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제보자 제공

민감성 체질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을 앓는 7살 푸들을 기르는 김주연(50·가명)씨는 동물병원에서 처방하는 특수 사료를 이용합니다. 반려견이 일반 펫푸드를 먹으면 가렵고 눈이 붓는 증상에 시달리는데 이 때문에 모든 간식을 끊고 미국에서 생산된 처방식 사료만 급여합니다. 주연씨는 “처방 사료는 모두 미국 브랜드 제품으로 품절도 잦고 가격도 매장에 따라 50%나 비싼 경우도 있다”면서도 “국내에는 공인된 처방사료 기준이 없으니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고양이로는 중년에 속하는 7살 반려묘를 기르는 이지은(32·가명)씨도 국산 사료를 잘 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국산 제품에는 공인된 영양기준이 없어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지은씨는 “반려견을 기르던 10대 시절에는 사료봉지에 쓰인 ‘내추럴’ ‘홀리스틱’ ‘프리미엄’ 등 마케팅 용어에 현혹됐지만 이제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이 충분히 포함됐는지 확인한다”며 “국산 제품은 가이드라인을 충족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불편하다”고 설명합니다.

사람에게 하루 권장 섭취량이 있듯 반려동물도 나이와 크기, 건강상태 등에 따라 하루에 꼭 섭취해야 할 필수 영양소가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담은 사료는 완전사료(complete pet food)로 불리며 이것 하나만 먹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지요. 그래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사료 영양성분을 두고 고민이 깊습니다. 지난해 KB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펫푸드 구입 시 중요한 요인으로 영양성분(54.6%)을 꼽은 응답자가 가격(27.6%)의 2배에 달합니다.

정부 및 전문가단체가 펫푸드 기준을 제시하는 미국, 유럽연합(EU)과 달리 국내에는 공인된 펫푸드 영양 기준이나 인증 제도가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국산 제품을 외면하고 해외 사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국내 및 해외 펫푸드의 영양 기준을 비교하고 적절한 대안을 알아보겠습니다.

국내 권장 영양기준조차 없어…반려동물 보호자들 ‘진땀’

국내 반려동물용 사료는 사료관리법에 따라 관리됩니다. 사료 제품에는 조(粗)단백, 칼슘, 인 등 등록성분량을 백분율(%)로 표시해야 하고, 사료의 용도를 ‘애완동물용’ ‘성장단계+동물명’ 등으로 표기해야 합니다. 다만 반려동물의 상태에 따른 권장 영양 규정은 없습니다. 일부 펫푸드 업체가 자체적으로 해외 기준을 반영한 사료를 생산하는 정도이죠.

정확한 영양 기준이 없어 보호자들은 사료 제품을 고를 때 어려움을 겪습니다.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발품을 팔거나 해외 정보를 직접 번역해 참고해야 하지요. 한국수의영양학회 양철호 수의사는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에게 안전하고 품질 높은 사료를 급여할 수 있게 하려면 영양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진단합니다.

미국, 유럽은 정부와 전문단체 협업…영양가이드, 인증 운영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펫푸드 인증기준은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입니다. 미국에서는 규제 당국인 미 식품의약국(FDA)이 검증하는 미국사료협회(AAFCO) 기준, 유럽에서는 EU가 권장하는 유럽펫푸드연맹(FEDIAF) 기준이 있습니다.

미 사료협회의 영양가이드라인은 동물의 생애주기를 ▲성장 및 임신수유기와 ▲성견·성묘 시기로 나누어 제시합니다. 필수 아미노산 10종, 필수 지방산 3종, 미네랄 12종, 비타민 11종 등 총 36가지 성분의 최소 함량을 규정하고 이를 충족하도록 권고하는데요. 일례로 반려견 사료의 단백질 요구치는 성장 및 수유기에는 최소 22.5%, 성견 시기는 18% 이상으로 제시됩니다. 반려묘의 경우에는 성장 및 수유기에는 최소 30%, 성묘 시기는 26%이지요.


유럽펫푸드연맹의 경우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를 ▲활동성이 보통인 성견·성묘 ▲활동성이 낮은 성견·성묘 ▲14주 이하의 자견·자묘 ▲14주 이상의 성장기 자견·자묘 등 총 4가지로 구분합니다. 반려동물의 활동성에 따른 영양소 흡수율을 반영해 미국보다 권장 기준이 촘촘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미 사료협회과 유럽펫푸드협회의 권장 영양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는 각각 완전식품(Complete & Balanced) 및 완전펫푸드(Complete pet food)라는 문구를 적을 수 있습니다. 해당 사료만 먹어도 반려동물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증마크인 셈입니다. 소비자는 해당 문구를 통해 반려동물에게 맞는 펫푸드를 간편하게 고를 수 있지요.

당장은 해외 기준 참조…국내도 영양 가이드 세워야

그렇다면 영양학적 기준을 충족한 반려동물 사료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외국의 영양 가이드라인을 참조하는 기업 제품을 이용하는 게 최선입니다. 해당 제품이 미국 혹은 유럽 펫푸드협회의 영양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지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보는 겁니다.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려면 국내에도 펫푸드의 영양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합니다. 미국과 EU처럼 완전식품 개념을 도입해서 펫푸드의 품질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동물의 생애주기를 어떻게 구분할지, 각 단계별 필요한 영양 수치를 정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돼야 합니다.

양 수의사는 “영양 가이드라인 도입에 앞서 먼저 여론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영양학 및 수의학계 등 각 주체들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