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히틀러나 무솔리니를 언급한 것 등을 두고 “실언, 망언을 넘어 폭언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윤 후보를 향해 “조선시대면 삼족을 멸했다”는 등의 막말을 이어가고 있어 양 진영이 정치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본부장단 회의에서 “(윤 후보의) 오만함과 무례함이 거의 극에 달했다고 본다”며 “유세장 무대 앞 당원들을 흥분시키기 위한 이런 형식의 유세를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또 “윤 후보는 정권교체만 이야기하고 있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건지 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욕만 하고 폭언만 하고 주먹질만 하는 걸로는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없다”고 일갈했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윤 후보의 막말 열차가 폭주하고 있다”며 “약탈 정권, 삼류국가, 암, 파산 등 듣기에도 섬뜩한 언어뿐이다. 급기야 어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 공산주의자’에 빗댔다. 언제적 색깔론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고 수석대변인은 “없는 죄도 만들어 수사하겠다며 보복 정치를 공언한 당사자가 히틀러와 파시스트 운운한다. 어이없다고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나 심각하다”며 “저주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막말 유세 당장 그만두길 바란다. 국민 눈에는 이미 당선된 것처럼 오만한 후보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남 순천 유세에서 윤 후보의 히틀러 비유를 겨냥, “왜 비유를 그렇게 난폭하게 하나. 아는 게 그것뿐인가. 지도자가 될 분은 비유를 해도 절제 있게 해야 하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맹공을 가했다.
이어 “망치 눈에는 온 세상이 못으로 보이는 거다. 검사 눈에는 온 세상이 무엇으로 보이겠나”라면서 “그런 사람은 검찰청에서 일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청와대에 가면 세상이 뭘로 보이겠나”라고 윤 후보를 깎아내렸다.
김승남 의원은 이날 오후 목포 유세에서 “문 대통령이 통제받는 검찰 만들라고 검찰개혁 시켜놨는데, 검찰총장 되자마자 대통령병에 걸려서 검사 본연의 임무, 검찰개혁은 안 하고 국민의힘으로 줄행랑쳐서 대통령 되겠다고 왔다”며 “조선시대에 왕명을 거부하면 삼족을 멸했다. 윤석열 배신자 아닌가. 이런 사람에게 한 표도 주면 안 된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이 양반은 TV토론에 나와서 사드 추가 배치, 북한 선제타격, 종전선언 반대해놓고 광주에 와서 김대중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얘기하는데 새빨간 거짓말 아닌가”라며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한다. 이놈 버르장머리를 목포시민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히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윤 후보는 전날 경기도 안성 유세에서 현 정부와 민주당이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뒤집어씌우는 건 세계 최고였다”고 말했다. 또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것은 파시스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여권 인사들을 비난했다. 이 후보도 같은 날 광화문 청계광장 유세에서 윤 후보를 향해 “주술에 국정이 휘둘리면 되겠느냐”며 “주술사가 아닌 국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후보들의 발언을 놓고 도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양 진영이 중도층의 표를 얻기 위해 정책 차별화 대신 상대의 약점만 물어뜯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