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막말말라”면서…與 “조선시대면 삼족을 멸했다”

입력 2022-02-18 16:09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경북 상주시 풍물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히틀러나 무솔리니를 언급한 것 등을 두고 “실언, 망언을 넘어 폭언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윤 후보를 향해 “조선시대면 삼족을 멸했다”는 등의 막말을 이어가고 있어 양 진영이 정치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본부장단 회의에서 “(윤 후보의) 오만함과 무례함이 거의 극에 달했다고 본다”며 “유세장 무대 앞 당원들을 흥분시키기 위한 이런 형식의 유세를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또 “윤 후보는 정권교체만 이야기하고 있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건지 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욕만 하고 폭언만 하고 주먹질만 하는 걸로는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없다”고 일갈했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윤 후보의 막말 열차가 폭주하고 있다”며 “약탈 정권, 삼류국가, 암, 파산 등 듣기에도 섬뜩한 언어뿐이다. 급기야 어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 공산주의자’에 빗댔다. 언제적 색깔론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고 수석대변인은 “없는 죄도 만들어 수사하겠다며 보복 정치를 공언한 당사자가 히틀러와 파시스트 운운한다. 어이없다고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나 심각하다”며 “저주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막말 유세 당장 그만두길 바란다. 국민 눈에는 이미 당선된 것처럼 오만한 후보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남 순천 유세에서 윤 후보의 히틀러 비유를 겨냥, “왜 비유를 그렇게 난폭하게 하나. 아는 게 그것뿐인가. 지도자가 될 분은 비유를 해도 절제 있게 해야 하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맹공을 가했다.

이어 “망치 눈에는 온 세상이 못으로 보이는 거다. 검사 눈에는 온 세상이 무엇으로 보이겠나”라면서 “그런 사람은 검찰청에서 일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청와대에 가면 세상이 뭘로 보이겠나”라고 윤 후보를 깎아내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목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남 의원은 이날 오후 목포 유세에서 “문 대통령이 통제받는 검찰 만들라고 검찰개혁 시켜놨는데, 검찰총장 되자마자 대통령병에 걸려서 검사 본연의 임무, 검찰개혁은 안 하고 국민의힘으로 줄행랑쳐서 대통령 되겠다고 왔다”며 “조선시대에 왕명을 거부하면 삼족을 멸했다. 윤석열 배신자 아닌가. 이런 사람에게 한 표도 주면 안 된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이 양반은 TV토론에 나와서 사드 추가 배치, 북한 선제타격, 종전선언 반대해놓고 광주에 와서 김대중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얘기하는데 새빨간 거짓말 아닌가”라며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한다. 이놈 버르장머리를 목포시민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히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윤 후보는 전날 경기도 안성 유세에서 현 정부와 민주당이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뒤집어씌우는 건 세계 최고였다”고 말했다. 또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것은 파시스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여권 인사들을 비난했다. 이 후보도 같은 날 광화문 청계광장 유세에서 윤 후보를 향해 “주술에 국정이 휘둘리면 되겠느냐”며 “주술사가 아닌 국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후보들의 발언을 놓고 도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양 진영이 중도층의 표를 얻기 위해 정책 차별화 대신 상대의 약점만 물어뜯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