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위해 선제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대북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16일(현지시간) 미군 해군협회 등이 주최한 ‘WEST 2022’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접근은 이미 실패한 방법”이라며 “연합훈련 축소나 제재 완화가 협상 결과로 나온다면 괜찮지만 이를 북한에 미리 제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달 7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을 두고 “이것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길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하기 위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미국은 북·미관계 변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지만, 김정은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며 “대북제재 완화, 핵무기 유지, 한미동맹 분열, 한반도 지배 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네 가지 목표”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이 한미관계를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양국 관계를 약화하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이 미·중 사이에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한미동맹에 의구심을 갖게 하기 위한 잘못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또 홍콩의 자율권 침해, 신장 지역의 인권 유린 등을 거론하며 “중국이 국제적인 협약을 위반하고 동북아와 아시아 그 너머의 패권을 모색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협의체인 쿼드(Quad)에 대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안보 협의체가 아니라 역내 기회와 도전에 대한 공동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임”이라고 규정하며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역내에 쿼드 사무국을 설립해 쿼드에서 다룰 의제나 참여국 확대 여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군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대사에 발탁, 2018년 7월부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해 1월까지 재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