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오던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부교수가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일상회복위원회 자문위원에서 사퇴했다.
이 교수는 사퇴 이유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코로나19 정점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를 겨냥해 “상황을 너무 쉽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이 교수는 17일 JTBC ‘뉴스룸’과 화상 인터뷰에서 ‘정부 자문위원직에서 물러난 이유가 방역 완화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하기 위해서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딱 그런 것만은 아닌데 어쨌든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사인을 정부가 주는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반발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권 말이기 때문에 일단 자문위원직에서 내려놓아야 새로운 대통령이 또 새로운 자문단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통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영업시간 제한을 밤 9시에서 10시로 늦추는 등의 정부 방안에는 “사실은 거리두기의 완화 자체가 1시간을 늦춰주는 게 자영업이나 소상공하시는 분들한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좋은 상황이 아니고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점에 이르지도 않았는데 상황을 너무 쉽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국민들에게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점이 지났다고 판단돼야 거리두기 완화도 할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어느 정도의 정점에 이르고 나면 전반적인 상황이 유럽이나 미국처럼 안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그 상황이 되면 거리두기나 방역패스 등이 완화할 여지가 충분해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정점이 언제라고 생각하느냐’고 진행자가 묻자 “정점과 정점의 규모에 관련된 부분들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꼬집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 유행상황들이 계속 악화한다면 2월 말이나 3월 초, 특히 바로 대선 직전쯤이 가장 상황이 안 좋아지지 않을까 이렇게 예상을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도 “적어도 정점은 찍고 나서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해 주셨으면 한다. 이미 현장은 지옥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통 때문에 더는 말씀드리기도 여의치 않아, 거리두기에 대해선 더는 말씀드리지 않으려 한다. 정부에서 들을 것 같지도 않고”라며 정부를 공개 비판했다.
정부는 사적 모임 인원을 현행 6명에서 8명으로 늘리고, 영업시간 제한은 현행 밤 9시에서 10시로 늦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7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서 의견 수렴을 마친 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조정안을 확정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