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은메달을 차지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메달 확정 이후 코치진에게 울분을 터뜨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시상식에서도 연신 성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기념사진 촬영 때 ‘손가락 욕’을 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트루소바는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77.13점을 획득해 이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67.78점을 합산한 결과 총점 251.73점으로 동갑내기 팀 동료 안나 셰르바코바의 255.95점에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트루소바는 그 자리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루소바는 경기 직후 “나 빼고 모두 금메달이 있다. 난 스케이팅이 싫다. 정말 싫다. 이 스포츠가 싫다. 나는 다시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 것이다. 절대. 이제 불가능하다. 그러니 할 수 없다”고 소리치며 울었다.
셰르바코바와 발리예바를 지도하는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가 있었으나 감정이 폭발한 트루소바를 말릴 수 없었다. 트루소바의 발언은 TV 중계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이후 트루소바는 간이 시상식에서 빙둔둔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여 재차 논란을 야기했다.
트루소바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3년 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나는 항상 목표를 향해 노력했다. 나는 항상 더 많은 쿼드(4회전)를 추가했다”면서 “그러면 나는 우승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트루소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4회전 점프 4종(러츠, 플립, 살코, 토룹)을 공식적으로 성공시킨 여자 선수로 유명하다. 하지만 주니어세계선수권 이후 단 한 차례도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 2020년과 2022년 유럽선수권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트루소바는 ‘왜 울었냐’는 물음에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울었다”면서 “3주 동안 엄마도 강아지도 없이 지냈다. 그래서 울었다”고 답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