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출전할 수 없다”며 SNS에 올린 글에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팬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발리예바는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김연아는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영문으로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Athlete who violates doping cannot compete in the game. This principle must be observed without exception. All players' efforts and dreams are equally precious)”고 적었다.
이는 사실상 발리예바에게 일침을 가한 글로 해석됐다. 앞서 발리예바는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용했다. 김연아의 지적은 그 직후에 나왔다.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출전정지 징계를 철회한 뒤 CAS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대신한 국제검사기구(ITA),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CAS는 “이번 올림픽 기간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면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 기간 발리예바가 모든 도핑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발리예바가 만 16세 미만인 미성년자로 책임이 경미한 편이고 도핑 검사 결과가 늦게 통보된 점을 감안했다
이후 발리예바의 팬들은 김연아 인스타그램의 해당 글에 비난하는 댓글을 계속해서 달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어와 영어로 “발리예바는 아직 15세에 불과한 아이다”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지 말고 의견을 자제하라”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최고다” “올림픽 때 이뤄진 테스트는 깔끔했다”며 발리예바를 옹호했다. 일부 팬들은 “질투하는 거냐”며 도발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은 “도핑검사를 뭘로 아는거냐. 도핑에 예외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발리예바가 진짜 대단한 선수라면 도핑 없이 성적을 냈어야 한다” “김연아는 선수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만든 코치진을 비난하는 것”이라는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발리예바가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도핑방지위원회(USADA) 트래비스 타이거트 위원장은 17일 CNN과 인터뷰에서 “발리예바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경기력 향상 물질을 복용한 것으로 본다”며 “발리예바의 샘플에서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의 농도는 1㎖당 2.1ng으로 분석됐다. 다른 선수의 샘플과 비교해 200배가량 많은 양”이라고 지적했다.
발리예바는 17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1.93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82.16점을 더해 최종 합계 224.09점으로 4위에 그치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