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이 아쉬웠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 킴’이 경우의 수를 따지는 힘든 승부 끝에 올림픽 메달 신화 재현에 실패했다. 4년 전 평창올림픽 결승에서 무릎 꿇었던 상대에게 당한 패배라 더 뼈아프다.
팀 킴은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단체전에서 스웨덴의 ‘팀 하셀보리’에 4대 8로 역전패해 준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다. 같은 시간 열린 다른 경기에서 스웨덴과 영국, 캐나다가 승리하면서 준결승 진출을 위한 판이 깔렸지만 정작 이겨야 할 경기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팀 킴은 이날 스웨덴을 이겨도 따져야 할 경우의 수가 많았다. 팀 킴이 같은 경기장 D시트에서 경기하는 동안 일본은 A시트에 올라 스위스를 상대했고 영국은 B시트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캐나다는 C시트에서 덴마크를 맞아 경기했다. 4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16개 모든 경우를 통틀어 한국의 준결승 직행 시나리오는 5개였다.
중요한 길목에서 만난 상대는 하필 평창올림픽에서 팀 킴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디펜딩챔피언 스웨덴이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뒤에도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를 준우승하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해왔다. 스웨덴은 이번 경기 전부터 스위스와 함께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상태였다. 상대적 약체인 영국과 중국에 기습패 한 것을 제외하면 패배가 없었다.
팀 킴은 김선영(29)이 리드, 김초희(26), 김경애(28), 마지막 스킵 김은정(32) 순으로 경기에 임했다. 김영미(31)는 벤치에서 교체멤버로 경기를 지켜봤다. 1엔드가 득점없이 끝난 뒤 2엔드 선공으로 나선 팀 킴은 적극 공세에 나섰다. 마지막 순서인 스킵 김은정이 기존에 하우스 지역(득점지역) 안에 있던 한국 스톤에 다른 하나를 바짝 붙이며 둔 승부수가 통하며 팀킴은 2점을 앞서갔다. 한국이 불리한 선공에도 점수를 얻어내는 ‘스틸’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3엔드에선 스웨덴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후공을 다음 엔드에 내주는 걸 감수하고 1점을 따라왔다. 팀 킴은 4엔드에서 후공을 활용해 1점을 다시 달아났고, 스웨덴도 5엔드에서 다시 1점을 따라붙었다. 다른 시트에서 스웨덴과 영국, 캐나다가 상대를 앞서나가며 팀 킴의 준결승 전망도 밝아지는 듯했다.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5엔드 뒤 휴식시간을 거쳐 얼음 상태가 바뀌자 팀 킴은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경기 흐름을 내주기 시작했다. 6엔드에서 김은정이 마지막 샷을 실패하며 스틸을 허용해 3대 3 동점이 됐고, 7엔드에서 1점을 다시 땄지만 8엔드에서 상대 스킵 안나 하셀보리가 자신들의 스톤을 절묘하게 맞춰 밀어 보내는 샷을 성공시켜 5대4로 점수를 역전시켰다.
이후 9엔드에서도 1점을 추가로 내준 팀 킴은 10엔드도 상대에게 유리한 고지를 내주며 스스로 궁지에 몰렸다. 김은정이 마지막 샷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톤을 보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한 채 2점을 추가 허용하며 경기를 마쳤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소속팀 해체 등 역경을 딛고 올림픽에 진출해 숙적 일본을 꺾고 국민들의 큰사랑을 받았다는 점은 성과로 남았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