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완주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 계정을 개설한 지 17일 만에 팔로워 수 150만을 돌파했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4개(금 2·은 1·동 1)를 수확하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자 올림픽 ‘6관왕’으로 경험과 기술을 전수한 안현수의 인기도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다.
17일 오후 현재 안현수의 웨이보 계정 팔로워 수는 152만8000명을 돌파했다. 지난 1일 계정을 만든 후 중국 팬들의 관심을 끌며 빠르게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2006·2014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우승자’라고 쓴 소개글을 비롯해 모든 게시글은 중국어로 적혀있다.
안현수는 이날 “모두들 좋은 아침. 제가 웨이보에서 쑨린린(孫琳琳)과 방송을 하게 됐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쑨린린과 함께 현지 매체 ‘시나스포츠’의 웨이보 방송을 통해 이번 올림픽 후일담을 전했다. 이 글은 게시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1만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중국 누리꾼들은 “안셴주 멋지다” “이번 대회에서 안셴주도 크게 활약했다” “안셴주 코치, 다음 올림픽에선 중국 감독을 맡아주길 바란다” “쑨린린과 안현수, 전설들의 만남”이라며 환호했다. 안셴주(安賢洙)는 안현수의 중국식 발음이다.
쑨린린과의 합동 방송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누리꾼 사이에선 과거 쑨린린과 한국과의 악연도 다시 회자됐다. 쑨린린은 2010년 캐나다 벤쿠버올림픽에서 여자 3000m 계주에 출전해 한국 대표팀과 금메달을 다퉜던 선수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실격 판정으로 금메달은 물론 은, 동메달도 따지 못했다. 심판진은 김민정이 선두로 치고 나가는 과정에서 약간 앞서가던 쑨린린을 고의로 밀쳤다며 ‘임피딩(impeding)’을 선언, 한국을 실격 처리했다. 고의성이 없었던 만큼 문제 소지가 없다는 한국 선수단의 항변에도 금메달은 쑨린린을 포함한 중국 선수단에 돌아갔다.
쑨린린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한국의 반칙”이라고 주장해 국내 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안현수는 최근 SNS에서 경기 후기를 전하거나 중국 선수단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남자 5000m 계주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엔 “8년 전 오늘, 내 6번째 올림픽 메달이자 4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글과 함께 자신이 러시아 국적으로 참가한 2014년 소치 대회의 남자 1000m 결승 경기 영상을 게재했다.
중국이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획득하자 감격 어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박수를 받아야 한다. 나도 당신들과 함께 경험하고 있다. 정말 값진 동메달이다. 메달 획득을 축하한다”고 썼다. 메달 시상대에 오른 선수단 사진도 함께 올렸다.
안현수는 한국 대표팀 일원으로 2006년 토리노 대회 3관왕에 올랐고, 세계선수권 5연패를 달성했다. 이후 러시아에 귀화해 출전한 2014년 소치 대회에서도 3관왕을 차지했다. 이번 베이징 대회에선 중국 코치로 출전해 지도자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