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김보름(강원도청)이 17일 지난 평창올림픽 당시 선배 노선영에게 폭언·욕설을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재판 결과를 두고 심경을 처음 밝혔다. 그는 “아직도 시합 전에 약을 먹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 없다”면서도 “이제야 평창올림픽을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겪었던 일들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보는 후배 선수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전날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선영이 2017년 11월~12월 후배 김보름에게 랩타임을 빨리 탄다고 폭언‧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를 회상하며 “죽어보자 마음먹고 수많은 고통을 참아가며 준비했다. 나에겐 너무 간절한 올림픽 무대였다”며 “그 이후 4년, 제일 힘들었던 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모두에게 지나간 일이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 시간 속에 머물러 있다”며 “공황장애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경기 트라우마까지 생겨 아직도 시합 전에 약을 먹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 경기에서 노선영, 박지우와 함께 출전했다. 김보름이 마지막 주자 노선영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인터뷰 태도 논란이 불거져 비판 여론이 일었고, 노선영은 올림픽 이후 “김보름이 따로 훈련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 올림픽 이전부터 따돌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노선영이 주장해왔던 ‘왕따 주행’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보름은 “그날 경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이 이제야 밝히게 됐다”며 “상처와 아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만 오늘로써 조금 아물어가는 것 같다. 이제야 평창올림픽을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보름은 “벌써 4년이 흘러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경기는 이틀 뒤로 다가왔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물론 평창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나의 밝은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꼭”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았고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냈던 선수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며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평창, 이제 진짜 보내줄게 잘가”라고 적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