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가 학위논문 번역 지시”… 안전보건공단 내 직장갑질 논란

입력 2022-02-17 15:54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산하기관 고위 간부가 부하 직원에게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 번역을 시키는 등 갑질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측은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조만간 이런 내용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2급 간부인 부서장 A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단은 자체 조사에서 A씨가 부서장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인 B씨에게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 번역과 논문에 삽입한 그림 수정 등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간헐적으로 이뤄졌으며 이를 보다 못한 B씨의 동료가 공단 감사실에 고발하면서 조사가 이뤄졌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5일 감사실에 처음 신고가 접수된 후 즉시 조사가 진행됐다”며 “조사에서 A씨의 부당 지시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전년보다 1계단 상승한 3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관리 방법 매뉴얼을 만들어 민간기업에 배포하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회사는 괴롭힘 신고를 받고 즉시 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가해자를 징계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가해자가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우위를 이용했는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었는지 등으로 판단한다.

공단은 이번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를 전보 조처했으며 최소 감봉 이상의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출장을 신청한 후 실제 출장을 가지 않은 비위위행도 적발했다.

안전보건공단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공단 부서장 C씨가 다면평가에서 본인에게 박한 점수를 준 직원을 심하게 질타해 처벌받았다. 다면평가 결과가 외부로 유출된 공단의 평가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0년에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공단 직원 3명이 아무 징계 없이 승진한 일도 있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