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30분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지낼 것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전원주택에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사저 안으로 들어가 차고지 문 개폐 여부 등을 점검했고 주택 내부로도 들어가 1층과 2층을 꼼꼼하게 살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보다 더 일찍 온 사람들이 먼저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날 사저 안을 살핀 사람은 10여명에 이른다. 일부 경호처 관계자들은 사저 주변을 돌며 다른 주택과 동네 구조, 사저 주변 공터 등을 살피기도 했다.
현장을 답사한 경호처 관계자 외에도 다른 관계자들이 오전 9시55분쯤 달성군청을 찾아 김문오 달성군수 등을 만났다. 달성군은 경호처 관계자들에게 사저 주변 도로 상황과 CCTV 현황 등을 설명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김 군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경호는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신 경호가 가능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경호가 연장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달성군이 기본적인 경호 사항들을 잘 준비해줘서 현재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며 “퇴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려오게 될 경우 직접 모시고 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법률상 박 전 대통령의 경호 기한은 3월 끝난다. 하지만 경호처장 판단에 따라 경호를 계속 연장할 수 있다. 경호처는 박 전 대통령 경호를 5년 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동 신축에 대해서도 검토 중으로, 추가 답사와 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사저에는 여전히 많은 지지자들이 찾아왔다. 시설 점검이 이뤄지는 시간에도 사람들은 현관문 사이로 사저 안을 들여다봤고 사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바람에 사저 현관문이 열리자 집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사저 주변에는 환영 현수막 수십개가 걸려 있었고, 사저 담장 앞에 화환도 놓여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도 사저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 변호사는 지인 4~5명과 함께 사저 인근 카페에 들러 30여분 간 이야기를 나눴다. 유 변호사는 “사저 내부 도면을 받으러 왔다”고 밝혔다. 입주 날짜를 묻는 질문에는 “(3월 2일 입주설은) 이미 직접 아니라고 말한 바 있고 대선 이후가 될 수도 있다”며 “퇴원 날짜는 병원에서 정하는 거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달성군도 사저 주변 정비를 벌이고 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은 담장 바로 옆 가드레일을 지난 16일 철거했다. 달성군은 간이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시설 설치도 검토 중이다. 경찰 역시 순찰 인원을 늘리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 주민과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사저에 경호처 관계자들과 유 변호사가 다녀감에 따라 지역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퇴원과 귀향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유 변호사가 3월 2일이 아니라고 못을 박아 박 전 대통령의 퇴원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