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이 지난 8일을 기점으로 180도 바뀌었다. 중국에 유리한 편파판정으로 인해 긴급기자회견이 열리고, 각국 언론의 비판이 쏟아진 날이다. 편파판정이 사라지면서 중국은 메달 시상대에서 사라졌고, 한국은 쇼트트랙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대회가 모두 마무리된 17일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로 이 종목 1위에 올랐다. 메달 합계도 5개로 가장 많다. 중국과 네덜란드(금2 은1 동1)가 공동 2위, 이탈리아(금1 은2 동1) 캐나다(금1 은1 동2)가 뒤를 이었다.
개최국 중국의 쇼트트랙 메달 추이가 눈에 띈다. 중국은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지난 5일, 7일 이틀 만에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얻은 메달이었다.
혼성계주 준결승에서는 선수 간 터치 없이 주자 승계를 하는 플레이를 하고도 실격처리가 되지 않고 결승에 진출했다. 남자 1000m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인 한국의 황대헌 이준서가 어이없는 판정으로 실격처리 됐는데, 공교롭게도 중국 선수 2명이 대신 결승에 진출했다.
황당한 ‘개최국 텃세’가 이어지면서 강한 비판이 잇따랐다. 외신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급기야 대한체육회는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편파판정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판정을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면담도 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를 의식한 듯 중국을 위한 편파판정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자 중국의 메달 획득도 급격히 줄었다.
9일 재개된 쇼트트랙에서는 남녀 총 6종목에서 18개 메달이 걸려있었다. 이중 중국이 메달을 획득한 종목은 여자 3000m 계주에서 얻은 동메달뿐이었다. 남자 500m와 1500m, 여자 1000m에서는 결승(파이널A)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승승장구 했다. 황대헌이 1500m에서 압도적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간의 울분을 씻어냈다. 이어진 여자 1000m에서 최민정이 은메달을, 3000m 계주 최민정 김아랑 이유빈 서휘민이 역시 은메달을 따며 반등을 시작했다.
쇼트트랙 마지막 날인 16일이 절정이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 곽윤기 황대헌 방장혁 이준서가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12년 만에 남자 계주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1500m에서 최민정이 금메달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쇼트트랙의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안긴 김선태 감독이 중국 감독을 맡았고, 이후 한국 대표팀은 적임자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이 와중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의 성폭력 피해 재판 중에 유출된 사적대화가 공개되면서 크게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여러 악재를 딛고 베이징에서 쇼트트랙 최강국임을 증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