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 자가격리 면제로 6년 만에 국내 리사이틀

입력 2022-02-17 10:40
피아니스트 랑랑 (c)Robert Ascroft-Sony Classical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40)이 6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서게 됐다. 오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랑랑 리사이틀은 정부의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지침에 따라 취소 위기에 놓였다. 랑랑이 이번 공연을 전후로 해외에서 다른 공연이 예정돼 7일간의 격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일 변경된 지침에 따라 극적으로 격리 면제를 받게 됐다.

변경된 지침에 따르면 해외입국자 가운데 중요 사업 목적으로 격리를 면제받으려는 대상의 경우 기업대표자와 대표자의 위임을 받은 자가 대표이사 명의의 위임장 또는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랑랑은 운 좋게도 내년도 공연 계약과 모 음반사와의 계약을 근거로 소속사 명의의 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과적으로 올해 공연을 문제없이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랑랑은 지난 2017년 4월 왼팔 부상으로 모든 공연을 취소했다. 당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무리해 연습하다 왼쪽 손목에 건초염이 생긴 것이다. 무대를 떠나 회복에 진력한 그는 2020년 9월 도이체 그라모폰을 통해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발매하며 복귀를 선언했다. 복귀와 함께 그해 12월 서울에서도 같은 레퍼토리로 리사이틀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랑랑은 이번 서울 공연에서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함께 여러 차례 미뤄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음악적 에베레스트’로 불리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우아한 사라방드 형식의 아리아로 시작해 서른 개의 변주곡이 뒤따르고 마지막에는 처음에 연주했던 아리아를 반복하는 구성으로 연주시간만 무려 90분이 걸린다. 랑랑은 17세 때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앞에서 연주한 이후 대중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골드베르그 변주곡의 녹음을 ‘평생의 숙원’이라고 말했던 랑랑은 손목 건초염으로 쉬는 동안 숙원을 풀었다. 음반 발매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랑랑은 “랑랑은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절망적인 느낌을 멈추게 하고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보게 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평단 역시 음반에 대해 랑랑의 연주가 이전보다 음악적으로 훨씬 성숙해졌으며 깊이 있는 해석이 돋보인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랑랑과 지나 앨리스 부부. 유니버설 뮤직

한편 랑랑은 무대를 떠나있는 동안 가정을 꾸렸다. 지난 2019년 6월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지나 앨리스와 결혼한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아들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첫 음반 ‘원더월드’를 발매한 앨리스는 한국 동요 ‘엄마야 누나야’와 ‘반달’을 편곡한 곡을 넣을 정도로 한국과의 유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외가가 있는 한국을 매년 방문하는 앨리스는 한국어에도 능숙한 편이다. 랑랑이 최근 SNS에서 공개한 한국 리사이틀에 대한 메시지에서 “이번 공연에 스페셜 게스트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앨리스가 피아니스트로서 한국 무대에 깜짝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