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자부심 심기 딱이네’ 뜬금없는 동계스포츠 붐

입력 2022-02-16 19:26 수정 2022-02-16 19:3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중국 광둥성 광저우는 홍콩섬 바로 위쪽이다. 날씨는 열대기후에 가깝다. 1년 내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전혀 없다. 이런 이 도시에 갑자기 동계스포츠 바람이 불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이다. 중국 당국에 의해 유망주로 뽑힌 아이들은 실내 스키장과 실내 링크에서 스키 기술 연마에 여념이 없다.

엄격한 통제로 소수민족 억압이 진행되는 중국 북서쪽 신장자치구 칭하이는 중국 컬링 종목의 성지가 됐다. 수십여개의 컬링용 링크가 갑자기 세워져 초등학생부터 성인 선수까지 이곳에서 1년 내내 연습한다. 동북쪽 랴오닝성은 아이스하키 불모지인 중국의 아이스하키 성지다. 수십년동안 중국 전체의 정식 등록 아이스하키 선수가 수백명에 불과했는데, 최근 들어 랴오닝성에서만 수천명의 선수가 등록했다.

그동안 중국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제외하면 동계스포츠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동계올림픽에서도 두 종목에서 집중 육성된 엘리트 선수 몇몇만이 메달을 따냈다. 그런 국가에 수년 전부터 동계스포츠 바람이 불었다. 물론 그 뒤에는 시진핑 정부와 중국 공산당의 드라이브가 있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중국의 동계스포츠 선풍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야심찬 계획인 ‘중국 개조’ 운동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약체였던 동계스포츠에서도 중국이 강자 대열로 단기간에 도약해 “중국 인민들로 하여금 중화주의와 중국식 공산주의에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겠다는 야심의 일환이자 또 다른 스포츠 굴기”라는 것이다.

동계스포츠 굴기는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를 확정지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획의 골자는 3억명의 동계스포츠 매니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시작되기 직전 “동계스포츠 굴기가 드디어 완성됐다”고 선언했다. 당국에 의해 집계된 동계스포츠 매니아는 3억4600만여명이고, 중국 전역에 스키 리조트만 803곳, 실내링크는 645개라는 발표였다. 이 발표대로라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동계스포츠 인구를 가진 국가이자, 엄청난 장비 가격으로 유명한 동계스포츠 시장의 최대 고객인 셈이다. 10여년 전 만해도 중국 전체의 스케이트 실내링크는 10여곳에 불과했고, 스키리조트는 거의 없었다.

신문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선전시 피겨스케이팅 코치를 역임했던 캐롤 장의 말을 인용해 “마치 우주선 로켓이 발사된 것처럼 2015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동계스포츠 환경이 완전히 변했다”면서 “겨울에도 습기와 더위로 싸워야 하는 중국 남부에서조차 스케이팅과 스키를 배우는 예비 동계스포츠 선수들이 모여든다”고 전했다.

이어 “대중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의 동계스포츠 굴기는 60여년 전의 문화혁명을 떠올리게 한다”며 “마오쩌둥의 ‘인민을 집단적 활동에 참여시키는 방법이 중국 공산당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필수수단’이라는 사상이 현대 중국에서 그대로 재현된 느낌”이라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