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우승하더라도 기록은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 애덤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은 16일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일일 브리핑에서 발리예바의 여자 싱글 최종 기록에 대해 “결과 옆에 별(*)표가 붙을 것”이라며 “잠정 기록으로 표시된다”고 밝혔다.
앞서 IOC는 발리예바가 상위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획득하면 25위를 한 선수에게도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부여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실제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25위를 한 제니 사리넨(핀란드)이 프리 출전권을 얻었다.
이에 따라 17일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후 순위가 정해진다 하더라도 발리예바는 ‘논외’로 분류, 사실상 발리예바를 투명인간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IOC는 발리예바가 3위권 안에 들 경우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 다음 날 열리는 메달 시상식은 물론 경기 직후 열리는 플라워 세리머니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발리예바로 인해 다른 선수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IOC는 이를 대체할만한 세리모니 방식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기록 제조기’로 불리며 새롭게 피겨 역사를 써가던 발리예바는 이번 올림픽 여자 싱글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9일 불거진 도핑 스캔들로 한순간에 추락했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말 열린 러시아피겨선수권대회 기관 중 채취된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효과를 나타내는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고 국제검사기구(ITA)에서 적발되면서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면서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
이에 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CAS(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하지만 CAS가 이를 기각하면서 발리예바는 예정대로 15일 피겨 여자 싱글 경기에 나섰다. 발리예바는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 등 82.16점을 얻어 1위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이날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올림픽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는 평소답지 않은 불안한 연기를 펼쳤다. 기계같이 완벽한 점프를 선보였던 그는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뛰다가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범했다. 연기가 끝난 후 하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해당 중계를 맡은 지상파 3사 해설진도 발리예바가 연기한 3분간 침묵을 지켜 이례적인 ‘침묵 중계’로 화제가 됐다.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출전이 강행된 연기에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알린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현경 SBS 캐스터 역시 “어렸을 때부터 훈련해 정정당당하게 싸워왔던 선수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 거냐”며 “이 선수(발리예바)를 천재 소녀라고 했었는데, 약물을 복용해 천재가 된 소녀였다”고 비판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