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중미 니카라과가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중국 새해를 기념해 혁명광장의 국립궁전을 붉은색 조명으로 뒤덮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16일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은 중미 국가 수도 한복판에 ‘중국홍’이 빛을 발했다고 강조했다.
위보 니카라과 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베이징 올림픽이 니카라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과 니카라과가 외교 관계를 회복한 뒤 처음 맞은 중국 최대 명절과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양국 우호 관계가 확인됐다는 취지다.
위 대사에 따르면 수도 마나과 중심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 8일 전부터 홍보 영상이 상영됐다. 또 호랑이해와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이 방영돼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위 대사는 앞으로 중국과 니카라과의 경제 및 인인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카라과는 지난해 12월 9일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바로 다음 날 중국과 수교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31일 니카라과 주재 중국 대사관이 공식 개관했다. 당시 중국 매체는 “31년 만에 중미 국가 상공에 오성홍기가 펄럭였다”고 했다.
니카라과는 1985년 산디니스타 혁명 이후 치러진 첫 선거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당선되고 중국과 수교했다. 90년 정권 교체 후에는 대만과 손을 잡았다. 2007년 오르테가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서 중국과 재수교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한동안 대만과 외교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결국 중국 편에 섰다. 대만 문제는 미·중 갈등의 주요 전선이다. 중국은 즉각 100만회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중미 지역에선 2015년까지만 해도 대부분 나라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나 니카라과를 비롯해 파나마 등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의 수교를 택했다.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전방위적인 공세와 자원이 부족한 중미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