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 신념을 주장하며 입영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진 오수환(32)씨가 병역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씨는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국내에서 처음 인정받은 대체복무 대상자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부장판사 김예영)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개정 전 병역법에 따라 기소돼 재판받는 피고인에게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 개정 전 법령에 위헌적 요소가 있어 예외적으로 개정된 법령의 소급 적용을 허용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후 그해 12월 31일 헌재의 헌법불합치 선고에 따라 대체역법이 제정됐다.
오씨가 현역병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입영하지 않았던 시점은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두 달 전인 2018년 4월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개정 전 법령의 위헌성 인정에 따라 개정 현행법을 소급적용했다.
입영을 거부하던 오씨는 2020년 7월 대체역 편입심사위원회에 편입심사 신청을 했다. 이와 무관하게 검찰은 2020년 9월 오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병무청은 지난해 1월 오씨의 대체역 편입 신청을 인용했다. 특정 종교 신도가 아닌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한 편입이 인정된 거 오씨가 첫 사례다.
검찰은 오씨가 현역병 지원·철회를 반복한 점을 파고들며 양심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해왔지만, 항소심 또한 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오씨가 입영을 거부한 이후에도 꾸준히 전쟁 반대 활동을 해왔던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병역 기피 목적으로 입영을 거부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의 개인 인격·생명에 대한 절대적 존중이라는 신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입영거부는 평화주의 신념으로 보인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사가 재항고하지 않으면 오씨는 무죄를 확정받아 대체복무 대상자로 입영할 수 있게 된다. 오씨는 대체복무를 인정받았음에도 1심에서 검찰이 항소해 입영을 연기했다.
오씨는 고등학교 수업에서 한 병역거부 찬반 토론을 계기로 군대와 국가폭력에 대해 고민하고, 평화주의자로서 신념을 굳혔다고 전했다. 그는 살상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병역이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신념에 배치된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