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채 목사의 아름다운 노후…성도 신앙 강좌 인도

입력 2022-02-16 17:26
2013년 정주채 목사의 은퇴식과 김석홍 목사의 위임식을 알리는 이미지. 향상교회 홈페이지

2013년 조기은퇴했던 정주채(74) 향상교회 은퇴목사가 성도들을 대상으로 성경공부를 인도해 화제다. 경기도 용인 향상교회(김석홍 목사)는 16일 “3월 시작하는 제자훈련반 중 ‘소망의삶’ 과정을 정 목사가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목사가 은퇴 후 향상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정규 강좌를 진행하기는 처음이다. 김석홍(49) 목사는 최근 교회 홈페이지에 이 소식을 직접 알렸다.

김 목사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이번 봄 학기 삶공부(제자훈련반)에는 정주채 목사님께서 인도하시는 ‘소망의삶’이 신설된다. 정 목사님께서 은퇴하신 이후에 처음으로 우리 성도님들을 대상으로 삶공부 강사로 섬기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규정에 따라 70세까지 목회를 할 수 있었지만 5년 일찍 은퇴했고 김 목사는 청빙절차를 거쳐 향상교회 위임목사로 세워졌다.

김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해 가을 정 목사님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소망의삶 교재를 쓰고 강의를 하고 싶은데 어떨지 의견을 물어보셨다”며 “이제 우리 나이로 50이 막 된 제가 시니어 성도들에게 소망의삶 강의하기는 참 어려운데 (정 목사님이) 준비해주신다니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정 목사는 은퇴 후 창립기념 예배 외에는 김 목사의 설교 부탁조차 계속 사양했기 때문이다.

정주채 목사. 향상교회 제공

정 목사는 “제 강의가 담임목사님에게 혹시 부담이 되진 않을지 걱정돼 먼저 상의를 했는데 김 목사님이 흔쾌히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하나님 나라’를 묵상하면서 강좌를 기획하게 됐다. 정 목사는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 또 그 나라를 꿈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묵상을 바탕으로 100쪽 분량의 교재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3월 10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교회에서 오프라인으로 13주 동안 강의할 예정이다. 정 목사는 “천국 소망을 바라는 노년에게 유익할 수 있는데, 강의를 준비하다보니 이 땅을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더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하나님 나라를 도달할 지점으로 보고 살면 좋겠다”고 했다. 향상교회는 삶공부라는 이름으로 5단계 제자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정주채 목사가 성도들을 대상으로 쓴 신앙강좌 소개 글. 향상교회 홈페이지

정 목사의 강좌는 벌써 정원 25명을 배가량 초과한 상태다. 향상교회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 신청자를 받았는데 20대부터 70대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대 성도들이 신청했다”며 “신청자들이 많으면 (정 목사와) 상의해 인원을 늘리거나 추가 개설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은퇴목사에 대한 성도들의 신뢰와 존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목사 주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은퇴 후에도 담임했던 교회 성도들과 성경공부를 같이 할 수 있다니 참 부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수직적인 한국 교회 문화 속에서 담임목사가 은퇴한 목사와 동역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