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멤버와 게스트는 스피커에서 들리는 노래의 가사를 완벽하게 맞춰야 지역 시장의 대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삼겹더덕삼합, 우거지탕, 물회, 돼지물갈비, 햄버그스테이크, 굴짬뽕…. 매회 제공되는 메뉴는 식사 두 종류와 간식 한 종류. 제작진은 전국 방방곡곡의 별미를 찾아낸다. 공복 상태에서 시청하면 아주 곤란해진다.
200회 방송을 3일 앞둔 16일 놀토 곽청아(30) PD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곽 PD는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 덕분”이라며 “제작진 못지않은 애정과 열정으로 멤버들 한명 한명을 좋아해 주시고 받쓰라는 콘텐츠를 즐겨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라는 인사를 먼저 전했다.
놀토는 신동엽 붐 박나래 문세윤 키 피오 김동현과 먹방 유튜버 ‘입 짧은 햇님’ 등 11명의 고정 멤버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찐팬’들을 양성했다. 초창기 놀토의 마스코트였던 혜리가 지난 2020년 하차하고 태연이 합류하며 새로운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수년 간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팬층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곽 PD는 “이들이 4년간 쌓아온 케미야말로 어마무시한 놀토의 힘이고, 놀토의 보물”이라며 “개성만점 멤버들이 빈틈없이 촘촘한 티키타카를 주고 받는 것이 녹화 때마다 놀라는 점”이라고 자평했다.
놀토는 그간 군대 갔다오는 멤버들을 기다려준 ‘의리’로도 유명하다. 다음달 피오가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있다. 곽 PD는 “키와 한해가 입대 직전까지 녹화를 하고 군대에 보냈다가 전역하고 그대로 다시 복귀하는 그림을 보여줬다며 “그것이 놀토 패밀리십의 비결이고, 피오도 똑같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고정멤버 인원 충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역 시장을 조명하는 포맷은 가장 큰 특징이다. 곽 PD는 “‘도레미 마켓’이란 이름에서 드러나듯 프로그램 자체가 ‘시장’에서 시작한 콘셉트”라면서 “지역 시장과 먹거리를 놓칠 수는 없지만 약간의 변주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4년 동안 유지했던 구성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의지가 있다”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곽 PD는 놀토의 강점으로 ‘트렌디함’을 꼽기도 했다. 그는 “주말 예능들 중에서도 특히 놀토는 컷이나 자막이 넘어가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자막, 리드미컬하고 빠른 편집 스타일로 지금의 탄탄한 팬층이 형성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것들을 잃지 않으려 많은 PD들이 매주 편집실에서 고생하고 있고, 동시에 그런 요소들이 너무 과해지지 않도록 밸런스를 유지하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받쓰로 매번 멤버들과 게스트를 혼란에 빠트린다. 곽 PD의 받쓰 실력은 어떨까. 그는 “아쉽게도 잘 듣지는 못하고, 보통 문맥으로 유추해서 두드려 맞추는 편”이라며 “들어서 맞추는 것보다 문맥으로 유추해서 맞출 때가 더 짜릿하고 쾌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매주 회의 때 PD, 작가가 전부 모여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게스트와 어울리는 노래들을 몇 개 선정한 뒤 스피커 한 대 가운데 놓고 모두 ‘참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놀토에 합류한 곽 PD는 ‘삼시세끼’ ‘윤식당’ ‘스페인하숙’ ‘집밥백선생’ ‘백스피릿’ 등 유난히 음식을 테마로 한 예능에 자주 참여했다. 원래 음식에 관심이 많은 편이냐는 질문에 그는 “대부분 음식을 주축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늘 관심은 많았다. 놀토에 나오는 음식들은 제작진도 맛을 보는데 녹화장에서 먹을 때면 대부분 굉장히 지친 상태에서 먹기 때문에 보통 그냥 다 맛있다”며 웃었다.
놀토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꼽아달라고 하자 “200회 특집에 나오는 LA갈비를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그냥 힘들어서였을 수도 있다”고 고백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백스피릿’에 참여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용 프로그램 제작 경험도 쌓았다. 곽 PD는 “TV 예능과의 가장 큰 차이는 시의성을 담을 수 있느냐, 없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시즈널 프로그램은 오로지 연출자의 의도만을 순수하게 담아서 결과물을 낸 뒤 시청자의 반응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놀토 같은 경우, 유행과 시대에 발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 다 각자의 장점이 있지만 지금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시시각각 확인하면서 활발히 소통하고 반영하는 이 작업이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놀토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곽 PD에게 물었다. “얻은 것은 사람이다. 잃은 것은 ‘시청자 모드’로 놀토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라는 재치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