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도 직접 연산이 가능한 ‘두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메모리 반도체가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PIM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PIM은 메모리 반도체 내에서 연산을 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이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는 저장 역할만 하고 연산은 중앙처리장치(CPU)에서 하는데, 처리할 데이터가 점점 커지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PIM은 메모리 반도체 내에서 직접 연산을 해 속도를 개선한다.
PIM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처음 공개했으며, SK하이닉스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것이다. 마이크론 등 메모리 후발 주자들도 PIM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2022 ISSCC’에서 PIM 개발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이 기술이 진화하면 스마트폰 등 ICT 기기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메모리 센트릭(Memory Centric) 컴퓨팅’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PIM이 적용된 첫 제품으로 GDDR6-AiM 샘플을 개발했다. 초당 16기가비트(Gbps)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GDDR6 메모리에 연산 기능이 더해진 제품이다. 일반 D램 대신 이 제품을 CPU/GPU와 함께 탑재하면 특정 연산의 속도는 최대 16배까지 빨라진다. 특히, 이 제품은 GDDR6의 기존 동작 전압인 1.35V보다 낮은 1.25V에서 구동된다. 또, 자체 연산을 하는 PIM이 CPU/GPU로의 데이터 이동을 줄여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소모가 80% 가량 줄어든다.
SK하이닉스는 최근 SK텔레콤에서 분사한 AI 반도체 기업인 사피온(SAPEON)과 협력해 GDDR6-AiM과 AI 반도체를 결합한 기술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D램 모듈에 AI엔진을 탑재한 AXDIMM, 모바일 D램과 PIM을 결합한 LPDDR5-PIM 기술, 그래픽카드 등에 사용되는 고대역 메모리를 적용한 HBM-PIM 등을 선보이며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PIM 상용화 되려면 호환성 확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서 PIM을 표준 기술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상용화 시점은 현재로선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성능과 에너지 절감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검증이 필요한 면이 있다”면서 “D램 시장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PIM을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빠르게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