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t미만 채낚기어선으로 고기를 잡는데 이 사람들은 40~50t짜리 배를 타고 그물로 싹 잡아 올려요. 육지 그물배들 하루 조업량이 우리 어민들 1년 어획량이랑 맞먹을 정도니 견딜 재간이 있겠어요?”
최근 제주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타 지역 대형선망어선 조업이 급증하면서 추자지역 어민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추자도 어민들은 10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참돔이나 방어, 삼치 등을 낚아 1년을 생활하는데 이 기간 타 지역 어선이 추자 근해로 들어와 가장 시세가 좋은 어종을 대량으로 포획해가기 때문이다.
16일 제주도와 추자도어선주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공동어시장에선 한 대형선망어선이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잡은 삼치 15만마리(2만3000상자)를 위판했다. 단일 선단이 조업한 역대 최대 규모의 삼치 조업량으로 위판금액만 20억원이 넘었다. 추자도 전체 어민의 1년 어획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산 참돔 2만5000마리가 경매에 올랐다. 이 역시 추자 해상에서 어획한 것으로 위판액은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추자로 들어오는 육지선적어선들은 대량 어획이 가능한 안강망 그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조기나 갈치 등 회유성 어류뿐만 아니라 삼치 등 정착성 어종까지 싹쓸이하면서 어족자원 고갈 우려를 낳고 있다.
추자 어민들보다 4~5배 큰 어선을 이용해 파도가 거센 날에도 조업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보다 규모를 줄인 배에 더 많은 그물을 사용하는 개량안강망어선이 늘면서 작업 구역이 추자도 연안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처럼 추자 근해에서 타 지역 어선 조업이 가능한 것은 수산자원관리법에 규정된 제주도 주변 조업금지구역에서 추자도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추자는 우도 등과 달리 제주 본섬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위치하면서 제주 본도 조업금지구역에서 제외돼 있다.
어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제주도는 지난 달 해양수산부에 실태를 전하고 추자도 주변 조업금지구역 확대를 요청했다.
황상일 추자도어선주협의회장은 16일 “파도가 센 날이면 우리는 배가 뒤집힐까 나가지 못 하고 섬에 앉아 이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만 있다”며 “박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