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종목인 스키가 1만 년 전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외신들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신장 인근 지역에서 스키가 유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장은 중국 지도부가 위구르족 등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동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중국은 해발 2987m인 신장 알타이 지역에 새겨진 암각화를 근거로 이러한 주장을 펴고 있다. 해당 암각화에는 스키로 보이는 판자 위에 서 있는 사람 10여 명, 야크와 무스로 보이는 동물 22마리가 그려져 있다.
2015년 해당 암각화를 조사한 호주-중국 고고학팀은 그림 속 사람들이 스키나 썰매를 타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했다. 해외 고고학자들도 신장 지역에서 오래전 스키를 탔다는 역사적 사실에도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암각화가 새겨진 시기를 중국 측이 지나치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중국 고고학팀은 4000~5250년 정도 전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중국 연구 기관과 중국 고고학자들만 해당 암석화가 1만~1만2000년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키는 일반적으로 북유럽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WSJ은 “러시아 잘라부르가 근처에서 약 5000년 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에서 스키 손잡이를 들고 스키를 타는 사람들의 그림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또 그리고리 브로프 고고학자는 기원전 6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스키와 유사한 물체 파편이 발견됐다고 BBC에 밝혔다.
호주-중국 고고학팀은 “스키 기원에 대한 논쟁은 쉽게 해결될 수 없지만, 약 5000년 전에 스칸디나비아 북부, 러시아, 신장 북부 등의 한 지역에서 시작된 후 빠르게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스키가 유래됐다고 주장하는 신장자치구는 위구르족 인권 문제로 논란이 불거진 지역이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신장 출신 스키선수 다니거 이라무장이 성화 봉송을 한 것에 대해서도 WSJ은 “위구르족 인권 논란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 신화통신이 당시 이라무장에 대해 “인간 스키의 기원에서 올림픽 중앙 무대까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