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기른 머리, 웃기게 자른다?… 평창 金 선수 사연은?

입력 2022-02-16 12:25 수정 2022-02-16 15:34
미국 컬링 남자 대표팀의 매트 해밀턴이 15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남자 단체전에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며 생각하고 있다. 2018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해밀턴은 뇌종양 환자들을 위한 가발에 사용될 수 있도록 자신의 머리를 기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덥수룩한 콧수염과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나이키 신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남자 컬링 대표팀 매트 해밀턴을 돋보이게 한 화려한 외관이었다.

4년 뒤 2022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디펜딩챔피언은 트레이드마크에 더해 어깨까지 오는 긴 머리와 뒷주머니의 ‘행운의 초록모자’까지 장착하면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고 미국 NBC방송, 영국 BBC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밀턴이 ‘즐거운 자물쇠(luscious locks)’라고 부르는 장발머리 외관은 단지 패션이 아니라 사연이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018년부터 ‘스태치스트롱(StacheStrong)’이라는 뇌종양 연구 비영리 자선단체와 함께 일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의 예선전 첫 경기를 앞두고 “(기른) 머리를 잘라 어린이 가발 재단에 기부할 것”이라며 “그리고 내가 함께 일하는 단체에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트위터에도 “머리는 멋지기도 하지만,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한국에서도 김광현이 2018년 트레이 힐만 당시 SK감독을 따라 소아암 어린이에게 모발을 기부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기른 적이 있다.

해밀턴은 또 머리를 우스꽝스럽게 자르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에서 그는 “사실상 암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친다”며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당신이든 암은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당신에게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나는 아마 내 머리를 우스꽝스럽게(in ridiculous ways) 잘라 기쁨을 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는 함께 암을 이겨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노력으로 스태치스트롱을 향한 사람들의 기부금은 대폭 늘어났다. 현재까지 약 6500달러가 모였다. 당초 목표액은 5000달러였는데 올림픽 기간에 관심이 더 늘어나면서 1만달러로 목표액을 늘렸다.

16일 현재 미국 컬링 남자팀은 4승 4패로 ROC와 공동 4위다. 17일 오전 덴마크와의 최종전으로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해밀턴은 그의 ‘행운의 모자’가 2연패 획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 TV쇼 등장인물의 대사를 인용하며 “‘나는 미신(superstitious)을 믿지는 않지만, 조금 미신적(a little-stitious) 이다’. 이 모자는 내 모든 경기에 함께 들어간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