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권시장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지정학적 갈등이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이며 상승 마감했다. 한동안 지수 상승폭을 제한했던 대표적 요인인 우크라이나 국경 위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우려 중 하나가 일부 걷힌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던 상황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오며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422.67포인트(1.22%) 오른 3만4988.84에 장을 닫았다. 대형주 위주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9.40포인트(1.58%) 상승한 4471.0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48.84포인트(2.53%) 오른 1만4139.76에 거래를 종료했다
1. 러시아 병력 일부 철수
지수는 장중 내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장중 나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찾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모스크바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게 된 서방 국가와의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전쟁을 원하느냐”라고 자문한 뒤 “당연히 아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협상 과정을 제안한 이유”라고 밝혔다. 서방 국가와의 합의를 원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한 병력 일부를 원래 주둔지로 복귀시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푸틴의 한마디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아메리칸항공(8.1%), 보잉(3.7%), 카니발크루즈(6.7%) 등 ‘리오프닝주’로 대표되는 항공주가 빠르게 약진했다. 특수가스 공급 차질 우려로 그동안 조정기에 접어들었던 반도체 기업들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마이크론은 6.83%, 퀄컴은 4.77% 상승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47%가 올랐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9.35% 내린 25.68을 기록했다.
2. 국제유가 급락
전쟁 위기에 급등하던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업체도 약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6%(3.39달러) 내린 92.07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9시 현재 배럴당 3.5%(3.40달러) 떨어진 93.08달러에 거래 중이다.
세계 최대 정유사인 엑슨모빌은 1.25% 하락한 77.99달러에 장을 끝냈다. 글로벌 정유업계 2위인 셰브론도 0.73% 하락했다. 이 밖에도 미국 5대 셰일 생산업체 중 하나인 EOG리소시스(-2.73%), 천연가스 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2.17%), 에너지 탐사와 채굴을 하는 코노코필립스(-2.04%) 등도 약세를 보였다. 에너지 부문의 대표적 상장지수펀드(ETF)인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ETF(XLE)’도 1%대 내림세를 기록했다.
3.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1.0%, 전년 동월보다 9.7% 각각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시장 전망치(0.5%)의 두 배에 이르렀고,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작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9.8%)에 다다랐다. PPI는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PPI의 가파른 상승 속도는 3월 금리인상 결정을 앞둔 연준에 긴축 강도를 높이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2~3월 정점을 형성하더라도, 연준의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만큼 물가 압력을 억제하기 위한 연준의 행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의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에 참여한 기관 43곳 전망치를 보면, 19곳이 연말 1.00%, 18곳이 1.25%로 대략 올해 3~4차례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연방기금금리의 종착점이 2.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는 곳도 1곳 있었다. 시장에서 연준이 더욱 매파적일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최고경영자(CEO) 일부가 예상했던 극단 값(7~8회 인상)과 거리가 있다는 것 정도가 시장에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