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2만장 보관한 업자 ‘매점매석’ 결국 무죄, 왜?

입력 2022-02-16 06:44 수정 2022-02-16 10:10

코로나19의 확산 초기에 마스크 2만여장을 보관해 ‘매점매석’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판매업자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갖고 있던 마스크는 코로나19 발병 전에 산 것이고 인력이 적어 판매량을 급격히 늘릴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대법원 2부(재판장 민유숙 대법관)는 물가안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스크 판매업자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코로나19의 국내 유행이 시작된 2020년 1∼3월 보건용 마스크 2만1650개(월평균 판매량의 286%)를 닷새 이상 보관하는 방식으로 매점매석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마스크 등 판매사업자들에게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지 못하게 하는 고시를 냈다. 검찰은 A씨가 이를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 결과 A씨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진 2020년 2∼3월 인터넷 쇼핑몰 고객 질문란에 ‘재입고 예정일이 확실하지 않아 확답을 못 드린다’ ‘업체도 마스크 구하기가 힘들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거나 ‘일시 품절’ 상태라는 고지를 띄운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법원은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가 당국에 적발됐을 당시 보관한 마스크는 2019년 2∼4월 매입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본격화된 2020년 1월 말 이후 매입한 마스크는 없었다.

또 A씨는 2019년 3∼12월 총 7만5714개의 마스크를 판매했는데 2020년 1∼3월에도 2만1069개를 팔아 월별 판매량이 비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코로나19 발생 후 개당 600∼700원대이던 마스크 가격을 3100∼4300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공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또 다른 판매업체보다 유독 높은 가격을 매기지는 않았다고 봤다.

A씨의 쇼핑몰에 A씨 외에 직원이 1명밖에 없었던 상황도 참작했다. 쌓아둔 물량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수요량에 맞춰 판매를 늘리는 것은 인력 상황상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A씨가 쇼핑몰 고객 질문란에 ‘업체도 마스크 구하기 힘들다’고 언급하거나 ‘일시 품절’ 안내를 붙인 건 사실과 다른 행위였지만, 쇼핑몰 규모가 작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한 것으로 인정했다.

결국 1심과 2심은 “A씨가 폭리를 목적으로 마스크를 초과 보관해 매점매석 행위를 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무죄 선고를 확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