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김아랑(고양시청)이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부정 출발한 것은 미리 계산된 작전이었다는 뒷얘기가 전해졌다.
한국 대표팀의 1번 주자로 나섰던 김아랑은 안쪽에서 가장 바깥쪽인 4번 레인에서 출발 총성이 울리기 직전 몸을 살짝 움직였다. 심판은 부정 출발을 선언했고 4명의 선수는 다시 출발선에 서야 했다.
하지만 이날 김아랑의 부정 출발은 실수가 아닌 예정된 플레이였다. 1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쇼트트랙 대표팀 관계자는 “하나의 작전이었다”며 “우리는 가장 불리한 자리에서 출발했는데, 다른 팀이 경기 초반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예정된 플레이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작전은 전력분석을 담당하는 이소희 코치의 아이디어였다”고 소개했다.
쇼트트랙은 부정 출발이 발생하면 모든 선수는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된다. 두 번째로 부정 출발을 하는 선수는 누구든 실격 처리된다. 한국은 이후 선수들이 실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안전하게 출발하려는 심리 상태가 되는 걸 노렸다. 이로 인해 한국 대표팀은 네덜란드 등 출발선에서 유리한 자리를 잡은 팀들의 초반 독주를 막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견제 작전 이후 한국은 두 번째 주자인 최민정(성남시청)이 특유의 바깥쪽 질주로 단숨에 2위 자리를 얻어냈다. 초반 기세 싸움에서 유리한 알림을 점한 한국은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곽윤기는 지난 14일 해당 경기 현장을 담은 영상에서 ‘작전’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경로 ‘꽉 잡아 윤기’에서 경기 시작 전 “빠르게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자리 선정이 중요하다. 그만큼 전략 싸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아랑이 부정 출발하자 “아랑이가 처음에 (고의로 부정 출발을) 한다고 그랬다. 일부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아랑으로부터 문자가 왔는데) 몸 풀 때 다른 선수들이 출발 연습을 엄청나게 한다고 그랬다. 그래서 출발이 엄청 치열할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남자 5000m 계주 결승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작전을 준비했다”며 “선수들의 기량을 비춰볼 때 우리 선수들이 분명히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