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가능성’ 묻자 푸틴 “당연히 원치 않아…협상할 것”

입력 2022-02-16 04:56 수정 2022-02-16 09:4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회담하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 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서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숄츠 총리는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가능하다며 일부 러시아 부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철수한 것을 두고 “좋은 신호”라고 언급했다.

푸틴 “전쟁? 당연히 원하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배제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이를(전쟁을) 원하는가”라고 자문한 뒤 “당연히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협상 과정을 제안한 이유”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교적 협상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서방의 태도에 따라 군대 철수를 지속할지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있다. 세르게이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대규모 군사 훈련 일부의 종료 임박을 보고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지역에서 지난 10일부터 합동 훈련을 진행 중이며, 오는 20일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시스

그는 ‘우크라이나 접경으로부터 군대 철수를 계속할 것인가’란 질문에는 “계획대로 할 것이다. 이 계획은 현장에서의 실제 상황에 따라 세워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우리에게만 달린 것은 아니다”며 동시에 서방의 양보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스스로 제기한 (안전보장) 문제들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파트너들과 합의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안보 이슈도 서방과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유럽 내 안보 문제는 러시아가 제안한 나토 확장 금지 등의 안전보장 요구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선 지금 당장 외교적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등의 말을 하지만 그러한 말은 우리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다”며 “바로 지금, 가까운 시간 안에 협상 과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발트해 해저를 통과하는 러·독 직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 숄츠 총리와 회담한 뒤 이 가스관이 가동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가스관 사업은 철저히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또 서방에서 수요가 있으면 우크라이나 경유 유럽행 가스관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완공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은 현재 독일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숄츠 “외교적 가능성 남아 있어…러 철군, 좋은 신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인근 쇠네펠트 베를린 국제공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 행 관용기로 향하고 있다. AP/뉴시스

숄츠 총리는 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외교적 가능성은 전혀 소진되지 않았다”며 “일부 (러시아) 부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철수했다는 소식은 좋은 신호다. 우리는 더 많은 소식이 뒤따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결책을 찾는 일은 가능하다. 아무리 어렵고 상황이 심각해 보인다고 해도 나는 희망이 없다고 말하기를 거부한다”며 “모든 유럽인에게 지속적 안보는 러시아에 반해서가 아니라 러시아와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토의 확장은 계획돼 있지 않고 논의되지도 않고 있으며 현안에도 없다”고 말했다.

또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가동 전망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스관 가동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암시했다.

이날 러·독 정상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미국 등의 경고로 우크라이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열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군대 철수에 들어간 데 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서 협상 지속 의사를 확인하면서 우려됐던 러시아의 침공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