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16세기 후반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 공국에서 등장했다. 1570~80년대 예술 후원자였던 조반니 데 바르디 백작의 살롱에 모인 지식인과 예술가 모임 ‘카메라타(Camerata)’가 오페라의 탄생을 끌어냈다.
카메라타 멤버들은 통일성 있는 종합예술로서 음악이 수반되던 고대 그리스 연극의 부활을 꿈꿨다. 하지만 음악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해 작품을 만드는 시도를 했다. 여러 시도를 거쳐 1597년 시인 오타비오 리누치니와 작곡가 자코포 페리가 만든 최초의 오페라 ‘다프네’가 완성돼 이듬해 공연됐다. 리누치니와 페리 모두 카메라타 멤버였다. 다만 ‘다프네’는 음악 일부만 남은 상태여서 1600년 리누치니의 연극을 토대로 페리와 줄리오 카치니가 공동 작곡한 ‘에우리디체’가 현존하는 최초의 오페라로 꼽힌다.
‘에우리디체’의 피렌체 초연은 당시 객석에 있던 만토바 공국의 궁정 악장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를 자극했다. 몬테베르디는 1607년 오늘날의 오페라에 필적하는 음악적 규모를 가진 ‘오르페오’를 선보였다. 이후 여러 작곡가가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장르로서 자리잡은 덕분에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최초의 오페라로 간주하는 의견도 있다.
최초의 오페라가 어떤 작품이었든 피렌체 카메라타가 있었기 때문에 ‘서구 공연예술의 결정체’인 오페라가 탄생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카메라타를 모델로 창작오페라를 개발하는 모임이 만들어진 적이 있다. 바로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작곡가 출신 이건용 단장이 창작오페라 개발을 위해 지난 2012년 10월 국내 중견 작곡가 및 극작가들과 결성한 ‘세종 카메라타’다.
세종 카메라타는 워크숍을 통해 작곡가와 극작가 콤비를 구성한 뒤 작품을 단계별로 개발했다. 리딩 공연(무대 장치나 의상 없이 악보를 보며 노래와 연기를 선보이는 공연)에서 여러 작품을 선보인 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1편을 이듬해 정식으로 공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2014년 ‘달이 물로 걸어오듯’(최우정 작곡·고연옥 대본), 2016년 ‘열여섯 번의 안녕’(최명훈 작곡·박춘근 대본), 2019년 ‘텃밭킬러’(안효영 작곡·윤미현 대본)이다. 특히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호평을 받아 2017년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재공연된 것은 물론 지난해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서도 새롭게 공연되는 등 지속성 있는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세종 카메라타가 비록 2019년 중단됐지만, 꾸준히 창작 오페라를 만드는 작곡가-극작가 콤비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종 카메라타를 계기로 만난 최우정과 배삼식은 음악극 ‘적로’(2017·2018·2019년)와 오페라 ‘1945’(2019년)로 평단과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또 나실인과 윤미현은 ‘검은 리코더’(2019년) ‘빨간 바지’(2020년) ‘춘향탈옥’(2021년)을 잇따라 내놓으며 오페라계 최고의 콤비로 활약하고 있다.
세종 카메라타에 이어 한국 창작 오페라에 기여할 또 다른 카메라타가 대구에서 만들어졌다. 바로 대구오페라하우스 아카데미 카메라타(이하 대구 카메라타)다. 다만 세종 카메라타가 공적 지원을 받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예산으로 운영된 것과 달리 대구 카메라타는 지역 기업인 태창기업이 운영하는 사야문화재단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7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창작 오페라 개발을 위해 발족한 대구 카메라타는 세종 카메라타를 만든 이건용 전 서울시오페라단장의 발제를 시작으로 그동안 연구와 창작의 두 축으로 진행됐다. 연구 분야는 창작 오페라 제작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했으며 창작 분야는 작곡가-극작가 그룹을 중심으로 성악가 그룹, 각 분야 자문위원의 세미나를 통해 개발이 진행됐다. 연구진과 창작진 모두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한다는 점이 대구 카메라타의 또 다른 특징이다.
오는 24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아카데미 카메라타 소극장에서 열리는 ‘카메라타 창작 오페라 리딩공연’에서는 ‘264, 그 한 개의 별’(김성재 작곡·김하나 대본) ‘달, 빛’(김성아 작곡·안희철 대본) ‘봄의 향기’(김동명 작곡·진주백 대본) ‘자화상’(강한뫼 작곡·박세향 대본) 등 4편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오페라의 미래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창작오페라를 개발하는 것은 공공극장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이라면서 “대구 카메라타를 통해 대한민국 오페라 발전을 선도하는 창작오페라를 개발해 202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는 브랜드 오페라 개발의 초석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