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래 50년간 양국 우호의 상징이었던 판다가 미·중 갈등의 유탄을 맞았다. 미 의회 일각에서 중국이 귀여운 판다를 앞세워 인권 탄압을 가리는 ‘눈속임 외교’를 하고 있다며 양국이 맺은 판다 새끼 반환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반중 정치쇼”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5일 “미국의 일부 정치인이 판다와 같은 평화와 사랑의 상징까지 교묘하게 조작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판다 보존 프로그램을 반중 운동의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판다 논란에 불을 붙인 건 미 공화당의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이스 의원은 중국이 미국에 대여한 자이언트 판다의 새끼를 중국으로 돌려보낸다는 미·중 합의를 파기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탄압과 대만 문제를 판다 외교를 통해 가리고 있다며 이러한 눈속임에 속지 말자는 취지에서 법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판다 이미지를 인권 탄압의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화해와 협력의 의미로 자이언트 판다 두 마리를 선물했다. 이후 판다 개체 수가 줄어 멸종 위기에 처하자 중국은 1982년 판다 선물 외교를 중단했다. 대신 통상 10년 동안 판다를 다른 나라에 보내 판다가 새끼를 낳으면 중국에 돌려보내는 대여(on-loan) 정책을 도입했다. 중국은 18개국 22개 동물원과 연계해 판다 보존에 관한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보발 동물원에 대여된 판다가 출산했을 때 중국의 판다 전문가들이 프랑스로 가 출산 과정을 돕기도 했다. 메이스 의원은 이 규정에 따라 중국에 보내야 하는 새끼 판다를 돌려보내지 말자고 주장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중 양국은 판다 대여에 관해 엄격한 계약을 맺고 있고 이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메이스 의원의 갱단 같은 논리는 미국의 계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