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할머니도 총 드는데…“우크라 지도층 탈출 러시”

입력 2022-02-16 00:07 수정 2022-02-16 00:07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마리우폴에서 방위군 산하 특수부대 '아조프'가 운영하는 민간인 기초 군사 훈련에 참여한 79세 할머니가 소총을 겨누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전투 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인과 부호들은 줄지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부호들이 해외로 도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떠나 해외로 향한 정치인 2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우크라이나 여당인 ‘국민의종’ 소속 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행선지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이외에 아랍에미리트(UAE)와 터키 등 중동 국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벨라루스 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억만장자이자 우크라이나의 친(親)러시아 정당 ‘인생을위한야권연단(OPZZh)’의 부대표 이고어 아브라모비치도 포함됐다. 그는 전세기를 동원해 당원과 그 가족 50여명을 태우고 오스트리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하루에만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태우고 키예프에서 출발한 전세기 수는 최소 20대로 최근 6년 새 가장 많았다. 이러한 탈출행렬은 지난 2주 동안 두드러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한 인사들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며 24시간 내로 귀국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항상 나와 함께 있고, 우크라이나와도 항상 함께 있다”며 자신의 부인과 가족은 조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민간인들이 열성 우파 단체가 마련한 군사훈련에 참여한 가운데 한 어린이가 총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우크라이나 현지 주민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직접 총을 들고 훈련에 나서는 등 지도층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영국 ITV에 따르면 고령의 79세 할머니도 민간 전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난 총을 쏠 준비가 돼 있다”며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집과 도시, 아이들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다양한 직종과 연령의 주민들이 이 훈련에 참여했다며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현지 주민 인터뷰도 전했다. 탄약 장전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와 함께 온 한 주민은 “아들이 모든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러시아와 서방 정상들이 긴장 해소를 위해 머리를 맞댔을 때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군사훈련이 한창이었다고 ITV는 전했다. 이들은 무기 조립·해체, 탄약 장전, 사격 훈련 등을 받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 상태가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과 외교관, 대사관 직원들을 탈출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가는 하늘길도 가로막힐 위기에 처했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지난 12일 서방 항공사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행 노선 운항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국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도 우크라이나행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