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처럼 구독료를 내고 다양한 차를 경험할 수 있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인기다. 고가의 신차나 고장 우려가 있는 중고차 구매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중심으로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15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가 운영하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 3곳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3만1560명이다. 지난해 2월(1만8958명)과 비교하면 불과 8개월 만에 66% 증가했다. 현대차는 2019년 1월 자동차 공유 서비스 현대 셀렉션을 출시했고, 기아는 2019년 6월에 기아 플렉스, 제네시스는 2018년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출시한 뒤 지난해 초 새롭게 개편해 운영 중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가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차량을 원하는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 셀렉션 한 달치 수도권 서비스를 구독하면 한 달 동안 수도권에서 그랜저·싼타페·팰리세이드 등 현대차 9종을 자유롭게 선택해 탈 수 있다. 1개월 구독료는 59만원에서 99만원까지 다양하다.
리스나 렌트와 달리 보증금이나 이자가 없다. 보험, 정비, 자동차세 등도 구독료에 포함돼 있어 차량 관리를 위한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 고객은 3040세대지만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해 비싼 차량을 구매하기 힘든 20대 가입자도 늘고 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로 만족한 고객들이 실제로 차를 구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중 구독 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볼보다. 북미와 독일에서 구독 서비스 ‘케어 바이 볼보’를 운영한다. 캐딜락은 ‘북 바이 캐딜락’ 포르쉐는 ‘포르쉐 패스포트’를 운영 중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브랜드를 알리는데 유용하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카셰어링 업체 애니카와 협업한 것도 현대차에 대한 고객 경험을 늘리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5월 스페인에 전기차 구독 서비스 ‘모션(MOCEAN)’을 출시했다. 이어 8월엔 영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경험하고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스타트업 더트라이브는 지난해 7월 중고차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고차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구독 서비스보다 가격이 싸다.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구독 서비스 ‘딜카클럽’을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는 중고차 구독 서비스가 이미 활발하다. 미국 스타트업 페어(FAIR)와 영국 스타트업 드로버(Drover)가 대표적이다. 페어는 서비스 개시 2년여 만에 구독자 4만5000여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로 이용자 취향에 맞는 차량을 추천할 수 있고 소비자는 합리적 비용으로 원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운 것들을 ‘공유’하는 시대로 변하면서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