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1년 2개월 만에 대면 외교를 재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주일 넘게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을 만난 뒤 자가 격리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콩 명보는 15일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지난 7일부터 8일 연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이들의 집단 은신은 올림픽 기간 외교 활동 이후 검역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지도부가 대면 외교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유입을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조어대 국빈관에서 만났다. 이어 개막식 당일인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했고 5일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급 외빈 20여명을 초청해 환영 연회를 열었다. 시 주석은 지난 4~6일 사흘 동안 18개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하는 의욕을 보였다. 다만 이를 통해 시 주석의 대면 외교가 완전히 재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시 주석은 2020년 1월 미얀마 국빈 방문을 끝으로 2년 넘게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이 기간 중국에서 외국 정상을 맞이한 적도 없다. 시 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 인사를 만난 건 2020년 11월 캄보디아 왕태후 면담이 마지막이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 외교를 모두 중단하고 화상 회담과 전화 통화로만 외교 활동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미·중 경쟁, 기후변화 대응 등 각종 현안에서 중국의 외교 공백이 장기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 주석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제로 코로나’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3주 시설 격리를 하게 하는 등 고강도 방역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 지도부를 만난 정부 인사들에 대해서도 격리 지침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시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는 다음 달 초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