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예상일로 거론되는 오는 16일(현지시간)을 국민단결의 날로 선언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최우선 저지 목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계속 추진하겠다면서도 위기 완화를 위한 재고 가능성을 함께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대국민 영상 연설(사진)에서 “그들은 우리에게 2월 16일이 공격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며 “우리는 (그날을) 단합의 날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그가 지칭한 ‘그들’은 러시아가 아니라 ‘16일 침공설’을 제기한 미국 정부와 서방 언론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그들은 군사행동 개시 날짜를 다시 지정해 우리를 놀라게 하려 한다”며 “그날 우리는 국기를 게양하고 (국기 색깔인) 노란색과 파란색 띠를 달고 우리의 단결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오는 16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국기를 게양하고 전 국민이 오전 10시 국가를 부르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의회에는 군인과 국경수비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젤렌스키가 실제로 러시아가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리라고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로이터는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침공 가능성은 서방 동맹국들에 의해 과장됐다고 오랫동안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측근들은 코미디언 출신인 대통령이 아이러니하게 말한 것일 뿐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고 미국 NBC뉴스와 CNN에 말했다. 젤렌스키는 16일을 침공일로 못 박은 언론의 추측을 비꼬듯 인용했다는 게 그들의 해설이다. 측근들은 성명의 목적이 우크라이나인들을 안심시키고 단결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UPI통신은 전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 나토의 열린 문은 우리가 가고 있는 이야기이자 꿈이며 신호”라면서도 “그러나 언제 거기에 도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토 가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성급하게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것이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나토로 가는 여정이 더 길어질 수 있으며 이것이 러시아와의 타협의 기초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자국이 나토 가입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러시아에 양보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철회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나토 가입 의사를 강조했지만 가입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