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곽상도 전 의원이 검찰 조사에 계속 불응하면서 수사팀이 강제 구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지난 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에도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구속 12일째인 15일까지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곽 전 의원 측은 “이미 충분히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실에 앉게 되더라도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검찰이 결국 그에 대한 직접 조사 없이 기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알선수재·뇌물 등 혐의로 수감된 곽 전 의원을 강제로 구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지난 7일부터 곽 전 의원 측에 연일 출석을 요청하고 있지만, 곽 전 의원은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사유로 들며 한 차례도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조만간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 “검찰이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고, 충분한 조사를 받았으므로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또 “신속한 기소를 원하는 입장”이라며 구속의 부당함을 다투는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소 전까진 입을 다물고 조사실이 아닌 법정에서 결백을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체포영장 등 별도의 조치 없이 이미 발부받은 구속영장을 갖고도 곽 전 의원을 구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침묵하거나 의미있는 진술을 하지 않으면 조사실로 데려온다 해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인 곽 전 의원이 가장 현실적인 방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곽 전 의원과 수사팀의 문답을 기록한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공판 과정에서 간단하게 무력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피고인이 법정에서 “조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검찰 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곽 전 의원은 “내가 어떤 청탁을 하고, 무슨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는지 증거도 없음에도 검찰이 영장 청구서에 허위에 가까운 내용을 기재해 구속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무리하게 구인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수사팀은 곽 전 의원 직접 조사와 별개로 그의 구속수사 기간 만료일인 23일까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들의 진술 및 사실관계를 뒷받침할 증거를 보강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은 남욱 변호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해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두 사람 역시 출석을 거부해 왔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막아줬다는 의혹과 20대 총선 당시 5000만원을 전달한 경위 및 돈의 성격 등을 추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