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아 첫 번째 작품으로 ‘주얼스’를 공연한다. 25~27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주얼스’는 조지 발란신(1904~1983)의 걸작 가운데 하나이며 발레사에서는 최초의 전막 추상 발레로 평가받는다. 발란신은 무용수의 신체 움직임으로 음악 자체를 표현하는 ‘음악의 시각화’, 즉 신고전주의 발레로 완성해 20세기 발레에 깊은 영향을 끼친 안무가다.
뉴욕시티발레단이 1967년 초연한 ‘주얼스’는 발란신이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 반클리프&아펠 가문과의 교류를 계기로 보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3막으로 이뤄졌으며 각각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를 모티브로 했다. 세 명의 작곡가의 음악을 각각 사용하고 있으며 무용수들이 보석의 색깔인 초록색, 빨간색, 흰색 튀튀를 입는 것이 특징이다.
1막 ‘에메랄드’는 포레의 오페라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및 극부수음악(연극 공연 중 연주하는 곡) ‘샤일록’을 바탕으로 프랑스 궁정의 귀족주의와 낭만주의 발레의 유산을 담았다. 그리고 2막 ‘루비’는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치오’를 가지고 재즈의 영향을 받은 미국 스타일의 재기발랄한 동작을 표현하고, 3막 ‘다이아몬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3번 4악장과 함께 러시아 황실에서 태어난 고전발레의 단정한 형식미를 그렸다.
추상 발레가 짧은 소품이나 단막으로 공연되던 당시 ‘주얼스’의 등장은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초연 때는 전체 제목 없이 3개의 막에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라는 부제만 붙은 채 공연됐다. 이후 뉴욕 타임스의 평론가 클라이브 반스가 리뷰에서 ‘주얼스’라는 제목을 제안한 것을 발란신이 받아들이면서 최종 결정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발란신의 걸작 가운데 하나인 ‘주얼스’를 선보여 발레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올해 재공연에도 국립발레단 간판 무용수들이 총출동한다. 에메랄드(신승원-김기완)·(김리회-박종석), 루비(박슬기-허서명)·(박예은-하지석), 다이아몬드(김리회-박종석)·(한나래-김기완)·(정은영-이재우) 등 지난해 호평받았던 무용수들이 한층 좋아진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2009년 입단해 수많은 작품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수석무용수 신승원의 고별 무대다. 신승원은 ‘주얼스’를 끝으로 국립발레단을 떠나 동덕여대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은 신승원과 팬들을 위해 ‘주얼스’ 공연 마지막날 퇴단 이벤트를 연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