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父 둔 ‘헝가리 형제’ 잘나가니…中 “인민의 승리”

입력 2022-02-15 14:24 수정 2022-02-15 15:29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선수인 류 사오앙(왼쪽)과 류 사올린 산도르 형제. 헝가리 내셔널스포트 제공

중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승승장구 중인 헝가리 쇼트트랙 국가대표 남자선수 ‘류 형제’(류 사올린 산도르와 류 사오앙)를 집중 조명하며 자국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나섰다. 쇼트트랙 500m 종목에서 동생인 사오앙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중국 언론들은 두 형제의 중국인 아버지를 집중 조명했다.

15일 중국 중화망 등 매체들은 ‘헝가리 국적이지만 중국 북동부 출신 아버지를 둔 류 형제가 금메달을 따고 중국인 코치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면서 올림픽 개막 전 자국 매체들과 진행했던 형제의 인터뷰 내용을 재보도했다.

류 형제는 당시 “헝가리의 몸과 중국의 기술·속도 덕분에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인 아버지는 우리 형제에게 금메달을 누가 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쳤다. 금메달을 따서 집 안에 두는 것은 결국 같으므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공유하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 현지 매체들은 헝가리 국가대표팀에 중국인 코치가 있다는 점과 올림픽에 앞서 수차례 중국에서의 합동 훈련을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팀은 한국 출신의 전재수 감독이 이끌고 있다.

이 매체들은 이어 ‘경기장에서는 중국과 헝가리가 경쟁 구도였지만 류 형제의 절반은 중국 인민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중국 선수와도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경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류 사올린 산도르에게 심판 판정으로 페널티가 부과돼 2위로 도착한 중국 런쯔웨이에게 금메달을 안겼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경기에서 중국의 런지웨이(오른쪽)가 헝가리의 류 사올린 산도르를 잡아채는 모습. 이날 심판 판정으로 사올린이 실격됐고 런지웨이가 1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당시 2위로 들어온 중국 런쯔웨이가 금메달을 받는 초유의 사건을 벌였던 것을 두고 류 사올린 산도르는 SNS를 통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오늘 챔피언이 될 뻔했다. 2005년 스케이트를 처음 시작한 이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훈련에 나섰다. 여러분이 원하는 결과를 전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면서 “오늘은 내게 힘든 하루였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는 ‘류 사올린 반칙’(刘少林犯规)이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중국인들은 그가 한 레이스에서 두 번이나 실격돼 옐로카드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경기 운용 방식을 지적했다.

특히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키 여제 구아이링 선수가 중국 국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것과 대비하며 류 형제의 헝가리 국적 유지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헝가리 언론들도 편파판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중국 선수가 결승선을 넘는 순간 오히려 류의 손을 끌어당겼다” “금메달을 강탈당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윙크남'이란 별명을 얻었던 류 사올린 산도르. SBS 방송화면 캡처

한편 이번 올림픽에서 형인 사올린은 남자 쇼트트랙 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서 동메달, 혼성 2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사오앙은 형과 함께 혼성 계주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