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되고, 진단키트는 안된다… 고무줄 선거법 논란

입력 2022-02-15 13:38 수정 2022-02-15 13:43
지난달 28일 서울역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자가진단키트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자가진단키트 가정 무상 배부가 선거법에 가로막혔다. 같은 방역물품인 마스크는 가정 무상 배부가 가능한 반면 자가진단키트는 불가능해지면서 ‘선거법은 고무줄 잣대’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관내 3만2944세대에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1개씩을 배부할 예정이었다. 시는 자가진단키트 배부에 앞서 지난 9일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에 ‘각 가정마다 자가진단키트를 무상 배부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질의했다.

그러나 시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기부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따라 시는 보건소와 읍·면 보건지소에 자가진단키트를 비치한 뒤 자가검사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배부 방식을 바꿨다.

동해시도 주민 배포용 자가진단키트 구입을 추진했으나 이 같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구입계획을 철회했다. 동해시 관계자는 “선거법 유권해석은 어느 지자체나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구입 계획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북 울진군에서도 자가진단키트를 관내 모든 세대에 배부하려다 중단했다. 울진군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자가진단키트 2만5000개를 구입해 개별 가구에 배부하기로 했다. 면적이 넓은 지형적 특성에다 고령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선별진료소까지 가는 불편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울진군 선관위는 ‘개별 가구 배부가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다만 군청 등 지정된 장소를 방문해 수령한 다음 곧바로 검사하는 것은 괜찮다고 답변했다. 이에 울진군은 보건소와 평해읍사무소 2곳에 자가진단키트를 비치했다.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마스크는 되는데 검사키트는 왜 안 되느냐”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도 대부분 시군은 코로나19 초기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지자체 예산으로 마스크를 구매해 가정마다 마스크를 무상 배부했다. 삼척시민 이모(45)씨는 “자가진단키트도 마스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용품”이라며 “자가진단키트 1개를 받으러 보건소에 가려다가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삼척시 선관위는 “마스크는 관련 법과 질병관리청의 지침에 따라 가정마다 무상 지급이 가능하지만 자가진단키트는 아직 그런 규정이 없어서 각 가정에 무상지급 시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삼척=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