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생후 6개월이 되면 입에 물건을 집어넣으려 하고 2세를 넘으면 입뿐 아니라 귀, 코에도 음식이나 장난감을 집어넣는 경향이 생긴다. 자기 몸을 탐색하고 싶은 호기심 차원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다.
실제 12세 미만 소아 대상 조사에서 이물질 삽입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2~5세였으며 이물질은 생선뼈와 게·새우 등 갑각류 껍질, 장난감, 음식 순으로 나타났다. 2세 미만 유아는 상대적으로 장난감을 넣는 비율이 높았다. 귀의 이물질 발견율은 코·목보다는 적지만 10명 가운데 1.6명이 마취하에 수술로 제거해야 했다.
아이들은 불편한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우므로 성인과 달리 이물질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신속한 발견과 제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코피, 흡인성 폐렴, 인후두 농양, 고막 천공 등 합병증을 낳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홍석민 교수팀(김용복·홍석진·김성균 교수, 권빈·최예소 전공의)은 ‘소아에서 귀·코·목의 이물질 분석’ 연구결과를 과학기술논문색인 확장판(SCIE)급 국제학술지 ‘어린이(CHILDREN)’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2년 10월~2020년 9월 귀·코·목의 이물질로 치료받은 12세 미만 소아 1285명을 분석했다. 이들은 유아기(2세 미만), 아동 전기(2~5세), 아동 후기(6세 이상)로 분류됐다. 이물질은 흡인이나 기구를 사용해 제거됐고 이물질 제거가 어렵거나 합병증 등이 우려되는 경우 식도위내시경 또는 전신마취하 수술로 제거했다.
분석 결과, 이물질이 발견된 소아는 연령별로 아동 전기가 52.2%로 가장 많았고 아동 후기(40%), 유아기(7.8%) 순이었다. 이물질 위치는 목이 59.2%로 가장 많았는데, 다만 아동 전기의 경우 코가 48.4%로 목(46.8%)보다 많았다.
이물질 종류는 생선뼈(조기, 고등어, 코다리 등)와 갑각류(게, 새우껍질 등) 껍질이 47.4%로 가장 많았고 단추와 점토 등 장난감(24.8%), 음식(14.4%) 순이었다. 뼈는 아동 전기(38.1%), 아동 후기(64.2%)로 아이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섭취하는 음식 종류가 다양해지며 증가했다. 아동 전기에서는 장난감을 넣는 비율이 31.1%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목은 뼈 발견 비율이 79.9%로 절대 다수였지만 코와 귀에서는 장난감이 발견되는 비율이 각각 55.7%와 56.8%로 높았다.
대다수인 95.1%가 응급실에서 이비인후과 의사에 의해 이물질이 제거됐다. 이물질이 발견되지 않거나 제거에 실패한 0.6%는 내과 의사에게 의뢰돼 식도위내시경으로, 소아가 협조적이지 않고 합볍증 위험이 있는 4.3%는 전신마취 후 수술로 이물질을 제거했다. 특히 귀에 이물질이 있으면 수술로 제거한 경우가 15.8%에 달했다. 반면 코·목의 이물질은 비교적 제거가 쉽고 자발적으로 제거되는 경우도 많았다.
홍석민 교수는 15일 “소아의 경우 귀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성인에 비해 외이도가 더 좁고 귀지가 많으며 치료 과정에서 두려움으로 제거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에 다른 신체 부위에 손상을 줄 위험이 높다. 이물질이 고막 가까이 있으면 제거 과정 중 고막 손상 위험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은 2세 전후로 혼자 걷기가 용이해지면서 부모의 관찰을 피해 귀·코·목에 이물질을 넣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