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태세 강화”, 英 “외교 가능”…방점 다른 미·영

입력 2022-02-15 08:3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4일(현지시간)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은 정상 간 통화 내용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힌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영국은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우선 강조하는 성명을 냈다.

백악관은 이날 양국 정상 간 통화가 끝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여 진행 중인 외교 및 억지 노력을 검토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존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양 정상은 나토의 동부 방어 태세 강화를 논의했다. 러시아가 추가 군사 확대를 선택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준비 등 동맹국과 파트너 사이 긴밀한 협력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국 총리실은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동료 지도자들과의 최근 논의에 대해 서로 업데이트했다”며 “그들은 외교를 위한 중요한 기회의 창이 남아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미국 성명에 담기지 않은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가장 먼저 언급한 셈이다.

물론 총리실 성명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침공은 러시아에 장기간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며, 러시아와 세계 모두에 광범위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다. 총리실은 또 “양국 정상은 서방 동맹이 러시아 침공 시 대규모 제재를 가하는 것을 포함해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해 단합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BBC는 이를 두고 “양 정상은 40분간 통화에서 협상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데 동의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발언은 대화가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명한 양해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면 회의에서 외교적 협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과 안보합의에 도달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기회는 언제든 있다”고 말했다. 또 “협상이 무한정 계속될 순 없지만 현 단계에서 이를 계속하고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은 이를 외교적 해결 가능성으로 해석한 셈이다.

미국은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봤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라브로프 장관 발언과 관련해 “협상 여지를 둔 데 대해 주목하지만, 주목하지 못했던 것은 긴장 완화의 어떤 징후다. 긴장 완화를 위한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건설적으로 관여한다면 외교적 방법이 활용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상황을 분명히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주를 포함해 언제든 침공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군사 행동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사전 경고 없이 움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난 주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에 군사력을 추가했다. 계속해서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운영했던 대사관도 임시 폐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러시아군 증강이 급격히 가속해 키예프 주재 대사관 업무를 (서부지역) 르비브로 임시 이전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모든 미국 시민은 즉시 떠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긴급 지원을 원하면 국무부가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러한 움직임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 지도자들과 추가 회담에 문을 열어 뒀지만, 러시아는 서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요구를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조치를 지속 원하고 있는 만큼 회담을 이어가더라도 성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전운이 고조되면서 서방 동맹 간 협의도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각각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비욘 자이베르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비서실장과 통화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5일 나토 지도자들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