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한인이 자택까지 따라온 노숙인의 흉기에 사망했다. 사건 현장에서 체포된 노숙인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14일(현지시간) “맨해튼 차이나타운 지하철역 인근 6층 아파트 주민들이 전날 새벽 이웃의 비명과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자택 욕조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진 크리스티나 유나 리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나는 35세 한국계 여성 미국인이다. 미국 럿거스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크리스티나는 디지털 음악 플랫폼 업체에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근무했다. 구글 등 빅테크 기업과 광고 업무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 숨은 25세 아사마드 내시를 체포해 기소했다. 내시는 일정한 거처 없이 차이나타운 주변을 전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도 차이나타운 지하철역 주변에서 60대를 폭행해 경찰에 붙잡혔다 풀려났다. 지난해에만 4차례 체포됐다.
사건 발생 아파트 CCTV에서 전날 새벽 귀가하던 크리스티나의 뒤를 쫓아 건물 안까지 진입한 내시의 모습이 포착됐다. 크리스티나가 아파트 출입문을 닫으려 했지만 바짝 쫓아온 내시는 문이 닫히기 전에 진입했다.
경찰은 내시가 크리스티나를 살해한 뒤 아파트 화재용 비상구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현장에 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시는 경찰에 붙잡혀 호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욕경찰은 이번 사건을 아직 인종 증오범죄로 규정하지 않았다. 내시는 흑인이다. 미국 아시아계 지역사회에선 인종 증오범죄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이나타운 업주 모임 대표인 웰링턴 첸은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에 백신도 없다. 피해가 얼마나 더 발생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