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방어 태세 강화를 논의했다. 미 국방부는 특히 러시아가 사전 경고 없이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러시아 침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운영했던 미 대사관도 임시 폐쇄했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최근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여 진행 중인 외교 및 억지 노력을 검토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양 정상은 나토의 동부 방어 태세 강화를 논의했다. 러시아가 추가 군사 확대를 선택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준비 등 동맹국과 파트너 사이 긴밀한 협력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러시아군 증강이 급격히 가속해 우크라이나 키예프 주재 대사관 업무를 르비브로 임시 이전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보안 상황을 검토한 결과 태세 변화를 지시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우리 약속은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또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모든 미국 시민은 즉시 떠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긴급 지원을 원하면 국무부가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러한 움직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지도자들과 추가 회담에 문을 열어 뒀지만, 러시아는 서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요구를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조치를 지속 원하고 있는 만큼 회담을 이어가더라도 성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미국이 지목한 러시아 침공 날짜가 다가오면서 서방 동맹 간 외교 협의도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상황을 공유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파트너들은 우크라이나의 경제적·재정적 안정을 포함해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 대한 단결을 유지하고 있다고 쿨레바 장관에게 언급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공격은 신속하고 조직적이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도 이날 비욘 자이베르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비서실장과 통화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가 외교를 선택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 셔먼 차관은 러시아의 추가 침공은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을 거듭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주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에 군사력을 추가했다. 지상군을 강화하고 흑해에서 해군 부대를 훈련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전쟁)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침공설과 관련해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맹 및 파트너와 정보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고, 이런 대화에 (침공 우려가) 반영돼 있다”며 “나는 푸틴 대통령이 전혀 경고 없이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16일이 ‘공격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다만 “아직 푸틴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 의회 상하원 군사위와 외교위,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브리핑을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1조2000억 원 상당) 담보대출보장을 제공하기로 설명했다고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