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계속되는 군사적 긴장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의사를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디데이’는 이제 이틀도 남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 의사를 재확인하며 “우리는 나토 회원국 자격이 안보와 영토적 통합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슐츠 총리를 만나 나토 가입 전망을 놓고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현안이 아니다. 러시아가 현안도 아닌 것을 정치 이슈의 일부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을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접경지역에 병력을 증강했지만, 이는 과한 대응이라는 취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가입에 대한 지속적 추진 의사를 밝힌 이날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유럽 정상들과 화상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다’며 디데이로 제시한 16일에서 이틀을 앞둔 시점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놓고 62분이나 논의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숄츠 총리의 정상회담에 앞서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추진 정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이 헌법에도 명시됐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2014년 러시아의 강제 병합으로 빼앗긴 뒤 반러노선이 강해졌다. 2019년 2월 개헌을 통해 나토 가입을 국가의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우크라이나 땅을 밟아 젤렌스키 대통령 옆에 선 숄츠 총리는 “유럽 안보에 대해 러시아와 진지하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대화를 거듭 제안했다. 숄츠 총리는 15일 중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