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도핑’ 발리예바 면책에 일침 “원칙 지켜져야”

입력 2022-02-14 20:26 수정 2022-02-14 21:28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지막 성화주자로 나서 손을 흔들고 있다. 국민일보DB

‘피겨 여왕’ 김연아가 ‘도핑 의혹’에 휩싸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결정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김연아는 14일 인스타그램에 검은색 사진과 함께 “도핑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김연아는 이어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고 했다.

김연아는 비판 대상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발리예바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출전을 용인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 결정을 겨냥한 글인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는 도핑 의혹과 CAS의 결정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듯 해당 글을 영문으로 작성했다. 한 해외팬은 “진짜(REAL) 올림픽 2연속 금메달리스트인 여왕이 말씀하셨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김연아는 러시아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속 금메달 획득을 노렸지만 편파 판정 논란 속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었다.


CAS는 이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IOC 등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자격 정지 결정을 철회한 것에 대해 이의신청을 냈었다.

CAS는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에 대한 판단 없이 경기 출전 여부만 결정했다. CAS는 발리예바가 올림픽 기간 중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아니고 도핑 양성 통보가 늦어 자신을 방어할 시간이 부족했던 점을 출전 허용 사유로 꼽았다.

CAS의 결정 직후 새러 허시랜드 미국올림픽‧패럴림픽 위원장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번 판결은 평등한 경기장에서 경쟁할 권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클린 스포츠를 무시하는 러시아의 조직적 행동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발리예바의 첫 쇼트프로그램은 오는 15일 프리스케이팅은 17일에 각각 열린다. ‘피겨 천재’ ‘신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발리예바는 이번 여자 싱글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채집된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흥분 효과를 일으킨다.

샘플 검사 결과는 지난 8일에야 RUSADA에 통보됐다. RUSADA는 발리예바에게 잠정적으로 선수 자격 처분을 내렸지만 발리예바의 이의제기를 수용해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IOC 등이 RUSADA의 결정에 이의제기를 했지만 CAS가 이날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IOC는 CAS의 결정 뒤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 메달권에 입상하면 꽃다발을 주는 간이 시상식은 물론 메달을 주는 공식 시상식도 열지 않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IOC는 또 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금메달을 딴 피겨 단체전 시상식도 이번 올림픽에서 열지 않기로 했다.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사건이 공식적으로 마무리 될 때까지는 그를 메달리스트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발리예바가 최종적으로 세계반도핑기구 규정을 어긴 것으로 확인되면 이미 획득한 금메달이 박탈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