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박종환 前 축구감독의 안타까운 근황

입력 2022-02-14 18:36
박종환 전 축구감독.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축구의 전설 박종환(86) 전 감독이 전 재산을 사기 당한 후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연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박종환은 지난 13일 방송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 지인들에게 여러 차례 금융사기를 당하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좌절에 빠지게 됐다며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털어놨다.

이날 방송에서 박종환은 “친한 친구, 선배 7~8명에게 돈을 빌려줬다. 몇 천만원이 아니고 있는 걸 다 줬다. 한 푼도 못 받고 다 줬는데 얼굴도 못 보는 신세가 됐다. 돈 받으러 가겠다는 말이나 전화도 안 했고 믿고 기다렸다. 누가 보면 화려할 거 같지만 정말 비참하게 살아온 삶”이라며 심경을 고백했다.

박종환은 부인이 6년 전 세상을 떠난 뒤 지방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남다경씨를 만났다. 남씨는 “따님이 아버지를 모실 생각을 하고 있다. 잠시 우리 집에 머물다 감독님도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3년 전까지 축구 감독으로 활약하며 현역으로 활동한 박종환은 “내가 신세 지는 것을 워낙 싫어하고 자존심도 세다. 혼자 객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딸 집에 있기도 그렇고, 후배 집에 있기도 그렇고 참 힘들더라. 노령연금 30만원과 아들이 보내는 용돈 30만원으로 산다”면서 “사는 게 엉망”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의리와 정 때문에 사는 사람인데. 그게 무너질 때는 상상할 수도 없이 힘들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배신감이나 섭섭한 게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데도 ‘왜 나한테 그래? 나라면 그렇게 안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드니 어지럼증도 있다”며 “우울증이 갑작스럽게 와서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 욕심은 많고 움직이는 건 부족해서 우울증이 오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종환은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에서 4강 신화를 만들어 축구 영웅으로 불렸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K리그 최고 3연속 우승을 기록했으며 한국여자축구연맹초대 회장부터 대구 FC감독와 성남FC 초대 감독 등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박채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