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야권 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기싸움’이 이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4일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어제 제가 다 말씀을 드렸고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여론조사 단일화와 관련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 측의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은 “(이견을) 좁혀나갈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마지막 제안을 한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당사자인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직접 만나 해결책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두 후보가 이르면 이번 주말 전격적으로 회동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윤 후보가 책임총리와 공동정부 등을 안 후보에게 역제안하면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 후보 측은 ‘여론조사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권영세 본부장은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 회의에서 “단일화 방식에 있어서는 안 후보 제안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이날 단일화 대신 ‘야권 통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단일화라는 표현이 경쟁을 내포하고 있어 통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13일 선대본부 고문들과 오찬에서 “지금이 여론조사를 할 때인가”라며 여론조사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도 “여론조사 단일화는 없다”면서 “문구 조정이니 역선택 방지 조항이니 쓸데없는 얘기도 전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도 “여론조사 외에 다른 방식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방식이) 우리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의지만 있으면 (협상)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루 이틀이면 (여론조사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도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것이 아니고, 이미 지난 번(지난해 4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썼던 방식, 국민의힘의 방식을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아무리 길어도 2~3일 안에 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2~3일 안에 판단을 못한다면 (단일화) 의사가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샅바싸움이 장기화될 경우 유권자들이 야권 단일화에 피로감을 느끼고, 등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 후보 본심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단일화를 둘러싸고 입씨름이 계속될 경우 차라리 시작을 안 한 것보다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동성 손재호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