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절친’ 日고다이라… 재해지역 봉사 ‘선행’도 눈길

입력 2022-02-14 16:57 수정 2022-02-14 17:31
로이터연합뉴스, 국민일보DB

‘빙상여제’ 이상화의 절친으로도 잘 알려진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빨리 보고 싶냐’는 질문에 “금메달을 받은 것은 영광”이라면서도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메달은 내가 여태 싸워온 증거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4년 뒤 고다이라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38초09으로 17위에 그쳤다. 그는 경기 후 “경기 첫 걸음에 왼발이 걸려 버려 눈앞이 새하얘졌고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며 “1000m에서 이를 악물고 빙판 위에서 하고 싶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아쉬운 성적이지만, 고다이라는 자국에서 단지 성적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일본 언론들은 고다이라가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각종 재난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코로나19로 실음에 빠진 의료진을 위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등의 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은 “고다이라는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지지하는 활동에 참가하거나 목소리를 내왔다”고 13일 보도했다. 고다이라는 2020년 3월 해외원정을 끝내고 귀국하자마자 일본 나가노현의 태풍 피해지역을 방문했다. 2019년 10월 태풍 피해를 입은 이 지역으로 고다이라의 고향이기도 했다.

고다이라는 “운동선수로서 응원을 받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응원하는 사람이길 바랐다”며 “이번에는 내가 다른 사람의 등을 지지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해를 입은 주택에서 진흙을 퍼내는 작업을 하거나, 사과농가의 일손을 도왔다. 함께 활동한 60대 남성은 “주위에서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을 걸었지만, 고다이라는 묵묵히 저녁까지 일했다”고 전했다.

고다이라는 2020년 10월 일본 나가노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출전할 때 사과모양이 들어간 슈트를 입고 출전하기도 했다. 재해를 입은 농가를 응원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레이싱 슈트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하자 “목숨을 지키기 위해 계속 달리고 있는 의료진을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소속팀인 아이자와병원 및 의료종사자들을 위한 대책을 호소해왔다. 아이자와 병원의 아이자와 다카오 이사장은 “(고다이라의) 원래 성격도 있지만, 주변이나 고향, 사회를 바라보고 일상생활을 빼앗겨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운동선수에게 경기가 중요하긴 하다”면서도 “경기라는 좁은 공간이 아니라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내 인생을 충실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고다이라는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이상화와의 우정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시즌 (이상화가) 계속 메일을 보내며 ‘나오야 스케이트 잘 타고 있어’ ‘나오라면 잘할 수 있어’라고 해줘서 마음이 든든했다”면서도 “상화가 2연패를 했을 때처럼은 잘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