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티켓 양보받은 잭슨…흑인 여성 최초 빙속 금메달 쾌거

입력 2022-02-14 16:33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선발된 에린 잭슨이 13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우승한 뒤 성조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에린 잭슨(30)이 흑인 여성 최초로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잭슨은 13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2위 다카기 미호(일본)를 0.08초 차로 제치고 37초04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잭슨이 금메달을 딴 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2017년까지 인라인 스케이터로 활약하다 스피드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불과 1년 만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흑인 여성 최초 올림픽 대표로 선발됐다. 평창에서는 24위에 그쳤지만 4년 만에 세계랭킹을 1위까지 끌어올리며 유력한 금메달 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잭슨이 레이스 도중 잠시 중심을 잃는 바람에 선발전 3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 상태라면 베이징 올림픽 출전은 불투명했다.

이때 잭슨의 20년 지기이자 선발전 1위를 차지한 브리트니 보(34)가 자신의 올림픽 티켓을 잭슨에게 흔쾌히 양보했다. 보는 “잭슨이 올림픽에 나가야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무대에 선 잭슨은 결국 금메달을 따내며 동료의 양보에 보답했다.

잭슨의 우승은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이 메달로 앞으로 미국 내 많은 소수자들이 동계 스포츠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잭슨을 지도한 라이언 시마부쿠로 감독은 로이터통신에 “어떤 종류의 장벽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잭슨은)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